종합상식/세상사는이야기

◈가을은 시작의 계절◈

오늘의 쉼터 2009. 11. 6. 08:30



    ◈가을은 시작의 계절◈ 사람들은 사계의 시작을 봄부터 시작하나 나는 가을부터 시작한다.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기는 하나 잡초한테는 발아의 계절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꽃망울을 맺고 잎새를 키우는 작물의 숫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그 종류가 다양하다. 수확으로 텅 비어 있을 것 같은 가을 들녘의 땅바닥에는 키를 낮춘 냉이, 괭이나물, 달맞이, 쑥, 민들레 등이 서늘한 늦가을과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다. 내가 가꿨던 텃밭에서도 이른 가을철부터 숱한 풀씨들이 힘차게 싹을 틔웠다. 호미로 뽑아내기에도 지칠 만큼 그 잡초들은 무성했다. 이들이 있기에 삭막할 것만 같은 땅은 푸른 빛깔로 물들었다. 농사꾼한테는 지겨울 수도 있지만, 잡초더미 속에는 우리가 식용하는 냉이, 달래 등도 자란다. 日前 내자는 잡초 더미 속에서 냉이를 골라 한 바구니나 캐어 나물을 무쳤다. 풋풋한 냄새가 새콤하게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가을은 시작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곡식을 거두고, 채소의 씨(종자)를 갈무리해야 하기에……. 씨앗을 갈무리한다는 것은 내년 봄을 기다린다는 뜻이며, 준비한다는 말이 된다. 가을에 싹을 틔워서 겨울을 나는 식물들이 참으로 많다. 무화과, 감나무, 사철나무 가지를 휘감고 오르는 인동초도 한 예다. 나뭇가지를 휘감아 수형을 변화시키는 잡목인 인동초 넝쿨을 낫으로 베어내려다가 낫질을 멈췄다. 이른 봄에 줄기를 잘라 땅에 삽목 하여 개체 수를 늘리면 한 줄기에 흰 꽃과 노란 꽃을 동시에 피우는 인동초의 예쁜 자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동초 꽃잎으로 차(茶)를 만들어 마시면 더욱 좋을 것이다.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는데도 나는 벌써 내년의 봄을 준비하며 기다린다. <<수필가 최윤환>> *********************************************************** 최윤환 작가님의 글을 읽고 편집을 하다 뒤태를 보이며 사라져가는 가을의 꽁무니를 잡아보고자 마실을 나갔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텅 빈 들판에 허수아비 홀로 외롭게 떨고 있고 논두렁 건너 언덕배기엔 노오란 산국이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며 밭두렁을 지나는 데 이른 봄에도 보기 어려운 잡초와 나물들이 파란색을 띄우고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참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면서 제목으로 붙인 “가을은 시작이다.”라는 글귀를 새겨봅니다. 국보 가족님! 내일이 입동이라네요. 이제 눈 내리는 겨울을 끌어안고 또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려나 봅니다. 휴일로 이어지는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고 홍엽이 지기 전 만추의 정서에 푹 빠져보는 여유로움도 가져 보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과 행복도 빕니다. ♣김미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