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감동글

슬픈 결혼식

오늘의 쉼터 2009. 4. 17. 10:21

 

 

 

 

 

 

 

펌글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 허위적 올라 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 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 천 수 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밥 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 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 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 할 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 할 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 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 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