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背信)
오늘 모처럼 내 마음을 훈훈하게 덮히고
가슴에 감동이 밀려오는 기사를 읽었다.
치매에 걸린 아흔 살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72세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향 충남 서천에서 할머니는 논농사를 지으며
3남 7녀를 낳아 길렀는데 그녀가 열여덟 살에 낳은 큰아들이
교장으로 은퇴하고 6년간을 꾸준히 어머니를 보살핀다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50세의 미혼의 여동생과 사시는 어머니를
동생이 직장에 가는 낮 시간 동안 매일 동생 집으로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치매노인을 돌보는 복지관을 함께 다니며
보살핀다는 미담이다.
밤 11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그에게
기자가 "고생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런 말씀 말아유, 죄 받아유. 울 엄니도 우리를 이렇게 키웠는데
하며 엄니가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어유.
엄니한테 잘해야 엄니가 가셔도 내 마음에 맺힌게 없을 것 아녀유"
했다는 대답이다.
이 기사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가 있는가?
너무나 당연한 이런 효도가 요즘은 오히려 귀하게
여겨지는 세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를 낳아 길러준 은혜를 저버리고 늙은 부모를
제주도에 버리고 돌아온다는 패륜적인 기사도 보았다.
배신(背信)함으로 받은 은혜(恩惠)와 믿음을 저버리는 인간이라면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 배신(背信)이 아닌가
생각되며 믿음과 사랑을 저버리는 인간의 가장 큰 악독한 죄인이
배신자(背信者)란 생각이 든다.
독사(毒蛇)는 낳자마자 자기어미를 물어 죽인다고 한다.
독사새끼의 이런 배은망덕(背恩忘德)을 잘 알고 있는 어미독사는
나뭇가지에 몸을 걸치고 새끼를 밑으로 떨어뜨려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은혜(恩惠)를 모르는 배신자(背信者)를
"독사의 새끼"라고 하는가 보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도 욕을 하신 대상이 나오는데
창조주를 없다고 하고 몰라보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을 향하여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꾸짖으셨다.
요즘의 세태는 자기를 낳아 길러준 부모가 늙고 병들고
돈이 떨어지면 심한 구박을 하고 심지어 내다 버리거나
살해하는 배은망덕한 독사의 새끼 같은 자식들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늙은 아버지를 날마다 구타하는 현장을 직접 보기도 했는데
우리 집 지하방에 세 들어 살던 건장한 자식이 웬일인지
개 패듯이 늙고 돈 없는 아버지를 구타하는 광경을 목도하고
아연해진 기억이 새롭다.
왕조시대의 충절은 찾아보기 힘들지라도 요즈음 굴절된 민주주의로
국가와 국민간, 노사간의 아름다운 질서의 의리(義理)라는 덕목(德目)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고 버려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진다.
이런 의리의 미덕이 교육을 통해 살아나지 못하고
버려진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음으로
배신이 더욱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아침에 생각해 본다.
<수필가 권영이>
*********************************
국보문학 가족 여러분...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다시 겨울이 다가온 듯한 차가운 날씨에 건강 우의하시고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열어가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