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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찐빵

오늘의 쉼터 2009. 2. 1. 15:22
 

 

 

어머니와 찐빵

 

하늘 가득히 눈이 내리던 날.

소년은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시골길을 걸었습니다.

귓불이 떨어질 정도로 겨울바람이 불었지만 소년은 빵모자

위에 커다란 목도리로 감싸, 추운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함께

길을 걷는 엄마가 걱정되었습니다.

 
엄마 춥지? 난 안 추운데, 목도리 돌려줄까?”
엄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대답합니다.
“응, 하나도 안 추워, 이렇게 귀여운 왕자님의 손을 잡고 
눈길을 걸으니까 너무 좋은데.”

소년은 그때야 알았습니다.

엄마의 두 볼이 겨울바람에 발그레 얼어도,

소년과 함께 걸으면 춥지 않다는 것을······,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시장 골목을 들어서다가

김이 모락모락 새어나오는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커다란 솥이 두 개나 놓여있는 찐빵 집입니다.

엄마는 문을 열고 들어서며 주인을 불렀습니다.
“여기 맛있는 찐빵 좀 주세요.”

주인아저씨는 노란 종이봉투에 찐빵을 담았습니다.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찐빵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두 눈이 반짝였습니다.

따스한 찐빵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엄마랑 함께

주인아저씨께 큰소리로 인사를 드리며 돌아오는 찐빵 집

 아저씨가 골목길에 서서 소년을 향해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엄마도 한개 드세요.”

소년은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꺼내 엄마에게 드렸습니다.
순간 엄마는 당황하며 우물쭈물하다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막내야, 엄마는 밀가루 음식 안 좋아하잖니, 
걱정하지 말고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으렴.”
소년은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왜 이렇게 맛있는 찐빵을 싫어하실까? 
어쩌다 이웃집에서 떡을
가져와도 엄마와 아빠는 우리한테만 주셨잖아······,’ 
하지만, 소년의 생각은
맛있는 찐빵을 눈앞에 두었기에 길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찐빵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운 후에

손끝에 묻어있는 설탕까지 깨끗이 핥아먹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기쁜 날······,

 

소년의 눈동자에 살아온 날들보다

훨씬 많은 눈송이가 겨울바람에 날리는 동안,

세월은 자꾸만 흘러갑니다.

 

꽃이 피고 잎이 떨어질 때마다,

엄마의 얼굴에는 어느새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눈길을 걷던 소년도 훌쩍 자라서

결혼을 하고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가족을 데리고 어머님을 뵙고자 시골집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이발을 하기 위해 아이들을 맡겨두고 시장 길을 걸어갑니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소년에게 커다란 사랑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신 지금에 늙고 병든 어머니는

시간이 흐를수록 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연세도 팔순이 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물건을 잃어버리시곤 합니다.

저러다가 만약 아파서 몸져눕기라도 한다면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도 벅찬데

어머니까지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니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생각 끝에 걸음을 멈춘 그곳에는

어릴 적 가슴 설레던 찐빵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년이 자라서 어른이 된 지금까지 찐빵 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게 안을 기웃거리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어린 시절, 소년에게 찐빵을 건네주던 아저씨께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누구 신지?”

“기억이 나시는지요. 초등학교 옆에 살던 막내입니다.”

“그렇지, 기억 하고말고, 자네 어머님이

효자 아들이라며 자랑이 대단하셨네.”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게에 찾아와 맛있는 찐빵을 사먹었지요.”

“그랬었지, 어머님은 건강이 어떠신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머님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올 수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입니다.”

“자네는 어머님께서 무엇 때문에 자꾸만 아프신지 알고 있는가?”
“무슨 말씀이신지요?”

“젊어서는 빠듯한 살림살이에 몸이 불편하신

시부모님 간호하느라 오랫동안 고생이 많았다네,

병원비로 얻어 쓴 빚을 갚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지,

자네가 늦둥이로 태어난 이유도 그 때문이라네,  

자네가 자라는 동안 고생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자네 공부를 시킨다며 또다시 빛을 내었다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시골에서 무슨 돈으로 자네

학비를 충당했겠나.
아무리 추운 날에도 옷 한번 사 입지 못하고 굶다시피 생활했으니······,
자네는 지금부터라도 어머님을 잘 모셔야 한다네.”

 

소년은 찐빵 집 아저씨의 말을 듣다가 집을 향해 마구 달렸습니다.

골목길에 서서 되돌아보았더니 그때처럼 손을 흔들며 계셨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른이 된 소년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며 큰소리로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어머니!”
꾸벅, 꾸벅, 졸고 계시다가 자꾸만 두리번거립니다.
“뉘 시요?”
이제는 귀까지 어두워 아들의 말소리조차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어머니. 저예요. 막내입니다.”

얼굴에 주름이 잡힌 중년의 아들은 어디 가고 어느새

소년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품에 안고 울면서 이야기 나눕니다.

 

“엄마 기억나요?  장터에 있는 찐빵 집.”

“그럼 기억 하고말고.”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큰소리로 고함을 쳐도 잘 알아듣지 못하던 어머니께서

 아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알아듣고 대답을 합니다.

 

“그날 얼마나 찐빵이 먹고 싶었는지!!

입안에 가득 침은 고였지,

엄마도 먹어보라며 찐빵을 건네 주는데,

침 흘리는 모습을 안 보이려고 애를 먹었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소년이 찐빵을 드릴 때 엄마가 당황하며 말을 못하신 이유를······,

 부모님은 왜 항상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시는지.

“엄마, 먹고 싶다고 말하지 그랬어?

그랬다면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들이 찐빵이 먹고 싶어서 
온종일 가게앞을 서성이는데 너라면 먹을 수 있겠니?
아들이 건네주는 찐빵이 아무리 맛있다 한들 목구멍으로 삼킬 수 있겠어?”

 

열린 문틈으로 훌쩍 자란 아이들과 아내가 다가서서 듣는 줄도 모르고
이제는 막내보다도 훨씬 작아진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소년은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며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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