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마지막 편지/ 글 강쇠*
나는 꽤 큰 회사에서 일을 했고 봉급도 넉넉했다. 어느 날 나의 인생은 IMF라는
경제위기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렇게 해서 난 하루아침에 내 생계수단을 잃어버렸다. 항상 웃는 얼굴로 퇴근길을 맞이했던 아내는
내가 실직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아내의 얼굴엔 그늘이 져 있었다. 아내가 차려준 따뜻한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으며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말했다. 이제 난 직장이 없는 실업자가 되었다고.... 우리 아이들과 당신에게 얼굴을 못 들겠다고.. 아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뭐라구요? 그럼 우리 은비와 솔빈이는 어떻게 해요? 이제 어떻게 먹여 살릴 건가요?" 나는 말을 잃었다. 아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아내는 다음 날 부터 부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인형에 눈알을 붙이기와 구슬꽤기 등등... 아내는 그러면서도 항상 나에게 가시 돋친 말로 잔소리를 하였고
가끔씩은 큰 짜증과 조그만 실수에도 화를 냈다. 그러는 아내에게 나는 날이 갈수록 지쳐만 갔다. 아이들도 마녀처럼 변한 엄마를 무서워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지겹던 것이 약간의 증오심도 생기는 듯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내를 저렇게 변화시킨건 나였으니까..!! 그래도 큰 회사에서 일할 때 그렇게 다정하고
가정에 헌신적 이였던 아름다운 아내가 저렇게 변했다는 건
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다. 저녁시간 과일을 먹은 접시를 주방으로 가져가던 아내는
갑자기 접시를 떨어드리며 쓰러졌다.. 나와 아이들은 깜짝 놀랐고 119에 신고를 했다. 곧 구급차가와 아내를 병원응급실로 후송하였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주머니에 이런 편지가...." 난 눈물도 안 나왔다..
그냥 기가 막히고 말문이 턱턱 막혔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잔인하다는 등 비난을 쏟아 냈다. 나는 의사가 건네준 아내 주머니에 있던 편지를 꺼내서 읽어보았다.
아내의 편지에는 사랑하는 나의 당신 보세요.. 이렇게 떠나가게 될 줄 미리 알았어요.. 이 편지는 제가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쓰는 것이예요.. 당신이 직장을 잃었던 날... 나는 병원에서 제가 암 말기라는 것을 알았어요.. 병원에서는 치료를 꼭 해야 된다는데..
그런데... 꼭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수술해도 성공율은 미지수이고
살 수 있는 날도 많아야 6개월...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당신에게 걱정을 사기에는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아파하면 당신이 너무 힘들잖아요. 아예 못되게 행동해서 당신에게 난 나쁜 존재로 여겨지면
내가 죽어도 당신 마음 덜 아파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당신 마침 실업자 된 것을 기회로 못되게 군거에요. 그리고 내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도 당신 못 알아 볼테니까. 당신...많이..사랑...했어... 우리 은비 솔비...어떻게...하지... 내가 당신 퇴직금이랑... 내가 당신 몰래 저금해둔 돈이랑 합쳐서
통장 만들어서 넣어놨으니
그 돈으로 가게라도 차리든가 하세요. 그리고 평생 마음 아파하지 말고....
응...?... 그냥 일 년에 한 번 이라도 좋으니
내 묘소나 찾아주면 난 행복 할 것 같은데.... 당신... 내가 이렇게 당신 마음 아프라고 편지 썼으니..
어쩌면 좋아.... 나 없다고 힘들어 하지 말고
꼬박꼬박 밥도 챙겨먹고... 열심히...살아요... 난 행복하니까... 당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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