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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지막 편지

오늘의 쉼터 2009. 1. 26. 01:37

 

 

 

 

 

*아내의 마지막 편지/ 글 강쇠*


나는 꽤 큰 회사에서 일을 했고 봉급도 넉넉했다.
어느 날
나의 인생은 IMF라는

경제위기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렇게 해서 난 하루아침에 내 생계수단을 잃어버렸다.
항상 웃는 얼굴로 퇴근길을 맞이했던 아내는

내가 실직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아내의 얼굴엔 그늘이 져 있었다.
아내가 차려준 따뜻한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으며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말했다.
이제 난 직장이 없는 실업자가 되었다고....
우리 아이들과 당신에게 얼굴을 못 들겠다고..
아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뭐라구요?
그럼 우리 은비와 솔빈이는 어떻게 해요?
이제 어떻게 먹여 살릴 건가요?"
나는 말을 잃었다.
아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아내는 다음 날 부터 부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인형에 눈알을 붙이기와 구슬꽤기 등등...
아내는 그러면서도 항상 나에게 가시 돋친 말로 잔소리를 하였고

가끔씩은 큰 짜증과 조그만 실수에도 화를 냈다.
그러는 아내에게 나는 날이 갈수록 지쳐만 갔다.
아이들도 마녀처럼 변한 엄마를 무서워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지겹던 것이 약간의 증오심도 생기는 듯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내를 저렇게 변화시킨건 나였으니까..!!
그래도 큰 회사에서 일할 때 그렇게 다정하고

가정에 헌신적 이였던 름다운 아내가 저렇게 변했다는 건

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다.
저녁시간 과일을 먹은 접시를 주방으로 가져가던 아내는

갑자기 접시를 떨어드리며 쓰러졌다..
나와 아이들은 깜짝 놀랐고 119에 신고를 했다.
곧 구급차가와 아내를 병원응급실로 후송하였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주머니에 이런 편지가...."
난 눈물도 안 나왔다..

 
그냥 기가 막히고 말문이 턱턱 막혔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잔인하다는 등 비난을 쏟아 냈다.
나는 의사가 건네준 아내 주머니에 있던 편지를 꺼내서 읽어보았다.

 

아내의 편지에는
사랑하는 나의 당신 보세요..
이렇게 떠나가게 될 줄 미리 알았어요..
이 편지는 제가 죽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쓰는 것이예요..
당신이 직장을 잃었던 날...
나는 병원에서 제가 암 말기라는 것을 알았어요..
병원에서는 치료를 꼭 해야 된다는데..

 

그런데...
꼭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수술해도 성공율은 미지수이고

살 수 있는 날도 많아야 6개월...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당신에게 걱정을 사기에는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아파하면 당신이 너무 힘들잖아요.
아예 못되게 행동해서 당신에게 난 나쁜 존재로 여겨지면

내가 죽어도 당신 마음 덜 아파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당신 마침 실업자 된 것을 기회로 못되게 군거에요.
그리고 내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도 당신 못 알아 볼테니까.
당신...많이..사랑...했어...
우리 은비
솔비...어떻게...하지...
내가 당신 퇴직금이랑...
내가 당신 몰래 저금해둔 돈이랑 합쳐서

통장 만들어서 넣어놨으니

돈으로 가게라도 차리든가 하세요.
그리고 평생 마음 아파하지 말고....

응...?...
그냥 일 년에 한 번 이라도 좋으니

내 묘소나 찾아주면 난 행복 할 것 같은데....
당신...
내가 이렇게 당신 마음 아프라고 편지 썼으니..

어쩌면 좋아....
나 없다고 힘들어 하지 말고

꼬박꼬박 밥도 챙겨먹고...
열심히...살아요...
난 행복하니까...
당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