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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주고받던 그여인은

오늘의 쉼터 2009. 1. 18. 18:32

 
스틸이미지 
 
♡ 메일을주고받던 그여인은 ♡

인생 중반의 나이는
참으로 흔들리는 나이다.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가 올라 가 있어
옛날처럼 눈치를 볼 필요 없고

집도 장만했고..

아이들도 별 탈 없이 그럭저럭 자라서
이제는 자기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가정적으로도

안정의 기반을 닦아 놓은 셈이다.

젊은 직원들은
이런 나를 부러워 하고 나를 표본으로 삼는다.
하지만, 나는 왠지 불안하다.

언제 파리 목숨처럼 짤릴지 모르고
짤린 뒤의 대책도 뾰쪽하니 없다.
특별한 기술도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낙관적인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하는 속담이
내게도 해당되기를
바라면서...

집에 들어 가면 별 낙도 없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커가는 맛도 있었고
재산을 불려 나가는 재미와
아내와 마음 맞춰가는 재미

그리고 밤마다 벌이는
부부관계도 싱그럽고 재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게 시들하다.

아이들도 이제는 자라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고
내가 끼워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좀 더 가까와 지려고
노래방에 데리고가면 완전히 왕따다.
도대체 요즘 아이들 부르는 노래 배울려면
숨이 가쁘다.

자기들만 신나게 열곡 정도 부르고
내가 마이크 잡으면
참았던 용변 보러 두놈 다 나간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대화라도 해 볼려고 방문을 두드리면

대뜸 나오는
첫마디가 "왜요?"이다.

그리고 뭔가 물으면 "됐어요!"다.
이 "됐어요!"가
무슨 뜻인지 헤아려 보는데
1주일이나 걸렸다.

아내와의 부부 관계도 이제는 건성이다.

벌써 몸에서 나는 냄새조차
옛날의 그 상큼한 냄새가 아니라
뭔가 시들은 꽃에서 나는 냄새다.
화장품 냄새조차 어떤 때는 역겹다.

제일한심한 건 도대체 대화가 안된다.

맨 날 애들 얘기, 돈 얘기,
시집 식구 험담에 새로운 맛이 없다.
대학교 때 그 톡톡 튀던
재치라던지 장미가시 같던 날카로움도
사라진지 오래다.

펑퍼짐 해져가는 몸매와
눈가의 주름이 나를 더 늙게 만든다.
어찌 보면 누님을 모시고 사는 것 같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사원 때 부러워하던 이 자리 였었는데,
이제는 사원들이 부럽다.
고객을 바로 상대하는 그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가
직장 생활의 염증을 느낀다.

직장 생활의 꽃은
대리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래 위로 다 있으니 방패도 있고 창도 있었다.
할 수 없이 사는 것 같다.

그냥 세월에 질질 끌려 가며 하루 하루의 습관성,
중복성 일과에
내 자신을 맡기고 사는 기분이다.

자기 사업 하는 넘은 좀 났겠지하고
물어 보면 그 나름대로
애로가 있고 행,불행의 크기는 비슷하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 간 인터넷 싸이트에서
한 여인을 만난 뒤로
내 인생이 갑자기 즐거워졌다.
그녀는 나의 생명수요 청량제였으며
나의 불로초였다.

메일로 주고 받는
매일 매일의 대화가 너무 좋았다.
톡톡 튀는 재치와
귀여운어투. 색다른 맛이 있었다.
상상 속으로 와 닿는 감은
무척이나 귀여운 여인 같았다.

아이디도 (가명 닉)쥴리아다.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여인에 나오는
쥴리아 로버츠의 그 쥴리아다.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는 여인이었다.
중류층의 그렇고 그런

평범한 가정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나이가 중년에 접어드니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우울증에
남편과의 대화도 많지않고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가계를 꾸려오던 그 동안의 심신의 혹사에
지친 피로가 이제야 나타나는지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지쳤다고 했다.

과부 심정 홀아비가 알아준다고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서로 형성 되었다.
정말 아는것도 많은 여자고
글의 내용도 참 재미 있었다.
서로의 심정을 헤아리고 서로 자문을 해 줬다.

부부간의 관계에 있어
내가 미쳐 모르던 부분도 코치해 줬다.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 험담에 킬킬 웃곤 했다.

물론 컴퓨터에 대고
혼자 웃는 웃음이지만 멜에는
그 웃음이 묻어 있었다.
꼭 나와같이 살아 본 여자처럼
예리하게 그 문제점을 집어 내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내 인생의 등대요, 나침반이다, 그녀는.
가끔씩 얼굴 붉어지는부부 관계도
스스럼 없이 교환하던 단계까지 발전한
어느 날, 내가 제의했다.

같이 식사라도 한 번 하자고..

그랬더니 한 3일간 연락이 끊겼다.


아무것도 하기싫고
갑자기 캄캄한 먹구름이 내 인생에
드리워진 기분이었다.

첫사랑에 실연 당한 기분이었다.
정말 그 삼일은 지옥이었다.
기분이 침잠 되어서 그랬는지
번번히 점장한테 깨지고
직원들은 나를 슬슬 피했다.

매 십분마다 받은편지함을 확인하곤 했다.

회의가 있으면 짜증이 났다.
점심 시간에도
샌드위치로 떼우고 컴퓨터 앞에서
꼼짝도 안했다.
정말 피마르는 순간 순간이었다.

불면증까지 겹쳤다.

그랬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다.
나의 쥴리아가 드디어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만나 주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그냥 이런 관계만 유지 했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멜을 열기전 생전 안 찾던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제발 바라옵건데
이 여인을 제게서 떠나지 않게 도와 주시옵소서 "

기도가 효험이 있었는지
그 녀의 멜은 만나고 싶다는 것과
그 동안 심적갈등에
고민을 많이했다는 내용이었다.
장소와 시간을 알려 달라고해서
강남에 있는 최고급 호텔 양식당에서
만나자고 했고...

그 만나는 날이 오늘이다.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때 보다 일찍 자리를 정리하고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운전 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그 녀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내가 상상한 대로 귀엽고 톡톡 튀는
그런 여자일까?

만약 그녀가 넘넘 섹쉬하면
내 마음이 어디로 뻗혀 나갈까?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 될 수 있을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내 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욕구가
그 모든 갈등을 눌러 버린다.

그래 오늘은그냥 호기심의 갈증을 해소하자.

그리고 그 동안 글로서만 나누던
그 아쉬움을 오늘 실컷 해소 해 보자.
약속 장소가 가까워 올수록 심장이 뛰었다.
정말 모처럼 느껴보는 스릴과 가슴의 두근거림이다.

십년은 젊어 진 기분이다.

호텔 라운지 커피 숍에 도착하니
아직 이십분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혹 내 상상속의 그녀와
닮은 여자가있나 찾아 보았다.

옛 날 미팅가서
파트너가 어떤 여학생이 걸릴지 기대와 호기심에
들떠있던 기분이 생각났다.

초조와 기대 속에 시간이 흘러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

웨이터를 불러
쥴리아를 찾아 달라고 페이징 써비스를
부탁 했다.

보드판에 그녀의 이름을 적어서

종을 딸랑 딸랑 울리며

주위를 도는 웨이터의 뒤를
내 눈길이 졸졸 따라 다녔다.
그러나 아무도 일어서는 사람이 없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30분이나 지났다.

그 동안 내 독촉에 짜증을 내면서 웨이터가
벌써 다섯 번이나 커피숍을 순회했다.

결국 그 녀는 내면의 갈등에 포기하고 말았구나

하는 추측이 확신처럼 다가왔다.
여자의 변덕에 화가 났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데
화사한 옷을입은 귀부인 같은 여인이
허겁지겁 라운지로 종종 걸음쳐
오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직감으로 '저 여인이다'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강타 한다.

그녀도 내 직감을 느꼈는지 나를 쳐다 본다.
우리는 둘 다
그 자리에 얼어 붙은듯이 쳐다 만 봤다.

시간이 꽤 흐른 기분이다.
둘다 누가 먼저랄것 없이
짧은 경악의 헛바람 새는 소리와 함께 불렀다.
.
"여~보........"
"아니..당~신........"

메일을 주고받던..
그 여인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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