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야바라밀다경은 줄여서 ‘대반야경’, ‘반야경’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며, 존재물 자체에는 실체가 없으므로 집착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공(空)사상을 기본사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반야심경’이라고 부르며 종파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읽고 외우는 경전이다.
이 책은 고려 현종 때(재위 1011∼1031) 부처님의 힘으로 거란의 침입을 극복하고자 만든 초조대장경 가운데 하나로, 당나라의 현장(玄장)이 번역한 대반야경 600권 가운데 권 제249이다.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으로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세로 29.1㎝ 가로 49.5㎝∼51㎝ 크기를 23장 이어붙였다.
초조대장경은 이후에 만들어진 해인사대장경(재조대장경 또는 고려대장경)과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목판의 새김이 정교한 반면에 해인사대장경과 글자 수가 다르고 간행연도를 적은 기록은 없으며, 군데군데 피휘(避諱:문장에 선왕의 이름자가 나타나는 경우 공경과 삼가의 뜻으로 글자의 한 획을 생략하거나 뜻이 통하는 다른 글자로 대치하는 것)와 약자(略字)가 나타난다. 또 초조대장경은 책의 장수를 표시하는데 있어서 대체로 ‘장(丈)’자나 ‘폭(幅)’자를 쓰는데 비해 해인사대장경은 ‘장(張)’자로 통일되어 있다.
이 책의 경우에도 판을 새긴 기록이 생략되었고, ‘경(竟)’자의 마지막 한 획이 없다. 책의 장수를 표시하는데 있어서도 본문 앞의 여백에 ‘장(丈)’자가 새겨지고 있으나, 해인사대장경의 경우는 본문 끝에 ‘장(張)’자가 사용되고 있다.
인쇄상태나 종이의 질로 보아 초조대장경이 만들어진 11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 남아있는 초조본반야경 가운데 가장 초기의 것이다.
전문설명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은 당대(唐代)에서 대소경론(大小經論)의 신역(新譯)을 내놓는데 크게 기여한 현장(602~664)이 봉조역집(奉詔譯輯)한 반야부(般若部) 제경전(諸經典)의 총서(叢書)로서 천함(天函)부터 내함(奈函)까지의 60개함(個函)에 600권(卷)이 수록되고 있으며, 이 권제(卷第)249의 잔권(殘卷)은 윤함(閏函) 에 들어있는 것에 해당(該當)한다.
초조본반야경(初雕本般若經)은 국내(國內)에 수권(數卷), 일본(日本) 대마도(對馬島)에 여러 권(卷)이 나타났지만, 그 중 이것이 가장 초기의 것에 해당하며 각자(刻字) 자묵(字墨) 지질(紙質) 제첨(題簽) 권서(卷緖) 등에서 원형(原形)을 살펴볼 수 있다.
반야경(般若經)이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의 첫머리에 수록되고 그것이 현종(顯宗) 2년(1011)경에 조조(雕造)되기 시작하였으므로 그 조조시기(雕造時期)를 현종년간(顯宗年間)(1011~1031)으로 보고 있다.
재조판(再雕板)과 비교하여 보면 첫째, 판식(版式)에 있어서 ① 초조판(初雕板)은 권수제(卷首題) 역자명(譯者名)이 표시된 첫장은 24행 14자이고 다음장부터 25행 14자인데, 재조판(再雕板)은 첫장이 22행 14자이고 다음장부터 23행 14자이다. ② 초조판(初雕板)은 판제(板題) 권(卷)·장(丈)·함차(函次)표시가 본문(本文) 앞의 여백(餘白)에 새겨지고 그 중 장차표시에는 같은 경(經)의 다른 것을 보면 「장(丈)」글자가 쓰여지고 있으나, 재조판(再雕板)은 그것이 가장 본문(本文)끝의 여백에 새겨지고, 「장(張)」의 글자가 사용되고 있다. ③ 초조판(初雕板)은 어느 것을 막론하고 각기(刻記)가 생략(省略)되고 있으나, 재조판(再雕板)은 권미제(卷尾題) 다음에 「무술세고려국대장도감봉칙조조(戊戌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의 간기(刊記)가 표시되고 있다.
둘째, 본문(本文)에 송태조(宋太祖)의 조부휘(경)(祖父諱(敬))에 대한 겸피자(兼避字)인 「경(竟)」의 글자가 나타나는데, 그것이 초조판(初雕板)에는 2자(字) 피휘결획(避諱缺劃)되고 있으나 재조판(再雕板)에는 완전(完全)하게 고쳐 새겨지고 있다.
세째, 재조판(再雕板)은 초조본(初雕本)의 본문(本文)과 결획(缺劃)을 교정한 다음 번각(번刻)하였기 때문에 판각술(板刻術)이 초조판(初雕板)보다 떨어지는 차이(差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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