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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의 뜻

오늘의 쉼터 2008. 1. 30. 15:25

혼인의 뜻

                                            北岳  徐正淇  先生

 

            

  결혼식은 두 사람의 사랑을 하나로 결합하여 위로 조상을 섬기고 아래로 후손에게 이어주는 예식이다.

 

  한 번 결혼하여 배필(配匹)이 되면 한 평생 헤어지지 않기 위하여 여러가지 절차를 거친 다음 서로 확신을 가진 뒤에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이요, 이 결혼식을 증명하기 위하여 즉시 나라에 혼인신고를 하며 조상의 사당에 아뢸 뿐만 아니라 마을과 동료 및 벗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혼인의 순결과 자유의사(自由意思)를 존중하는 까닭은 결혼생활의 행복을 축원하고자 함이니 신랑이 스스로 가서 신부를 맞이하여 오게함과 동시에 신부도 스스로 신랑을 따라가게 하였다.  이것은 완전한 자유의사를 보장해 주려는 뜻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랑의 아버지는 혼인날 아침에 아들에게 술 한 잔을 주며 명령하기를 "가서 너의 짝을 맞이하여 우리 집안 일을 계승하되 힘써 공경심으로 거느리고, 너의 어머니의 직분을 이을 사람이니 너는 곧 신부앞에서 잘난척을 하지 말라." 아들이 말하기를 "네, 오직 감당하지 못할까 두렵거니와 감히 명령을 잊지 아니 하오리다."라고 하며

 

  신부의 아버지는 딸을 시집보냄에 명령하여 말하기를 "경계하고 공경하여 아침 저녁으로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명령을 어기지 말아라." 라고 하고 신부의 어머니는 주머니를 주면서 이어 말하기를 "힘쓰고 공경하여 아침 저녁으로 남편의 일을 그르치지 말아라." 라고 하며

 

  여러 친척들은 시집가는 신부에게 마당에서 가죽띠를 주면서 거듭 어버이의 명령을 강조하여 말하기를 "조심하며 공손히 들을지니,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씀을 으뜸으로 하여 아침 저녁으로 허물이 없게 하여라.  너에게 준 이 주머니와 가죽띠를 가끔 보고 그 말씀 생각하여 잊지 말도록 하여라."라고 간절히 부탁할 뿐이다.

 

  무릇 혼례는 만세(萬世, 萬代)의 시작이라, 다른 성씨(姓氏)에서 배필을 찾는 까닭은 먼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자 함이니 민족의 동화력(民族 同和力)과 개방사회 건설(開放社會 建設)을 이루고자 함이다.  알지 못했던 사람이 철저히 믿는데서 분별이 생기나니 혼인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더욱 닦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예물은 반드시 정성을 갖추며, 말씨를 착하고 두텁게 하지 아니함이 없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 의심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믿음이 사람을 따르게 하니 믿음직한 사나이가 되어야 남편의 길을 갈 수 있고, 믿음직한 새 아씨가 되어야 아내의 덕을 이룰 수 있으므로 한 번 더불어 나란히 만나서 그 몸이 다하도록 바꾸지 아니하게 된다.

 

  결혼식장에 사나이가 아가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은 씩씩하고 부드러운 것의 활동하는 의리(義理)이니, 하늘은 땅보다 앞서고, 굳센이는 여린이보다 앞서니 자연의 법칙과 사람의 마음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신랑은 신랑의 옷을 입고, 신부는 신부의 옷을 입고나서 처음 서로 보는 맞절을 하나니 이것은 그 직분을 아름답게 문채내는 바이다.

 

  남편과 부인이 분별이 있은 다음에 아버지와 아들이 친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친한 다음에 은혜를 갚고 의리(義理, 道理)를 다하나니, 의리를 다한 다음에 예절을 갖추고, 예절을 갖춘 다음에 모두 편안하므로 모름지기 남편은 남편의 도리에 힘쓰고 아내는 아내의 도리에 힘써야 하니라.

 

  며느리를 맞이한 집에서 3일 동안 풍악을 울리지 않고 밤에도 신방에 촛불을 끄지 아니한 것은 어버이의 뒤를 이을 일을 생각하기 때문이니 아들이 혼인을 하였다는 것은 어버이가 이미 늙었다는 뜻이라 혼인을 즐거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늙음을 안타까워할 줄 알아야 된다. 그러므로 결혼식에 치하(致賀)를 하지 아니 하나니 사람의 대(代)를 이어가는 차례이기 때문이다.

 

- 서정기 著, 성혼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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