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인생전략

제 24 計 가도벌괵(假道伐괵)

오늘의 쉼터 2008. 1. 27. 21:26

24計 가도벌괵(假道伐괵) - 길을 빌려서 괵나라를 정벌하다.


ABC 세 나라가 나란히 이웃하고 있었다.

어느날 강한 A나라가 가장 약한 C나라를 침략하여 자기 나라로 만들려는 욕심을 가지고 군대를 동원하였다.

그런데 C나라를 공격하려면 중간에 낀 B나라를 지나가야 했다.

A 나라는 B 나라에게 돈과 보물을 줄 터이니 길을 잠깐 빌려달라고 했고, B나라는 K신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고 길을 빌려 주었다.

그러나 A나라는 C나라를 침략하고 돌아오는 길에 B나라도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말았다.
A나라는 애초부터 B, C나라를 모두 공격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두 나라를 동시에 모두 공격하면 연합하여 방어할까 두려워 차례차례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서 힘이 강한 A나라는 진(晋)나라고, 길을 빌려 준 B나라는 우(虞)나라였고, 힘이 약한 C나라는

괵(괵)나라였다.

약육강식의 시대였던 중국의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을 모델로 생긴 병법이
‘길을 빌려 괵나라를 정벌한다!’
뜻의 가도벌괵(假道伐괵)이다.
내가 원하는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돈이나 재물로 주변을 매수, 하나하나 침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고사에서 절대로 길을 빌려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B나라 신하 K는 궁자기(宮子奇)란 충신이었다.

그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길을 빌려 주려고 하는 왕에게 이렇게 간언 하였다.

‘진나라가 우리 우나라와 괵나라를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나라가 연합하여 공동으로 대항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우리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우방관계를 맺으며 입술과 이가 서로 의지하듯 살아왔습니다.

입술이 밥을 먹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입술이 있기 때문에 이가 시리지 않고 따뜻한 것입니다.

 만약 괵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 공격목표는 우리나라가 될 것입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린 다는 옛 이야기를 있지 말아야 합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가 나온 배경이다.

나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그가 있기에 내가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일 것 같은 사람도 막상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할 수 있다.
세상에 의미없는 이웃이란 없다.

아무리 원망과 갈등관계에 있더라도 이웃과 친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따뜻한 입술이다.

직장에서 정말 미운 상사도, 일 못하고 게으른 부하도 어쩌면 나에겐 입술과 같은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 사람이 이 직장에서 없어졌으면 바라지만, 막상 그들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원조 음식점은 주변에 생긴 유사 음식점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기에 원조집은 더욱 빛날 수 있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음식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까이 보면 경쟁 관계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는 동종업계 회사다.

 어쩌면 그들이 있기에 파이는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내 주변이 없어지면 내가 더욱 편안할 것 같지만 결국 더 큰 재난을 만날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이 고사는 자주 인용된다.

현대에도 남한과 북한, 일본과 중국, 미국과 소련 등 다양한 국제 역학 관계에 놓여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안전과 미래를 위하여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운용하고 있다.

내 주변국이 없어지면 결국 내가 다칠 것이라는 생각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줄을 당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 치 앞 밖에 보지 못하는 우나라 왕의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진 국민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과 길을 빌려 우나라를 공격한다는

 ‘가도벌괵’의 병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원교근공(遠交近攻) ◑ - 병법 삼십육계 (兵法 三十六計)중 제23계

▶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정책. 지형상의 제약을 받을 때에는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며,

 먼데 있는 적을 공격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경우가 흔히 있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밑으로 흐른다. 같은 적이라도 대책은 달리해야 한다.

▶ 전국 시대, 위(魏)나라의 책사(策士)인 범저(范雎)는 제(齊)나라와 내통하고 있다는 모함에 빠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으나 진(秦)나라의 사신 왕계 (王稽)를 따라 함양(咸陽)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은 진나라는 '알을 쌓아 놓은 것처럼 위태롭다 [누란지위(累卵之危)]'고 자국(自國)의 정사를

혹평한 범저를 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범저는 소양왕에게 자신의 장기인 변설(辯舌)을 펼쳐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소양왕 36년(B.C. 271), 드디어 범저에게 때가 왔다.

당시 진나 라에서는 소양왕의 모후인 선태후(宣太后)의 동생 양후(穰侯)가 재상으로서 실권을 잡고 있었는데,

그는 제나라를 공략하여 자신의 영지인 도(陶)의 땅을 확장하려 했다.

이 사실을 안 범저는 왕계를 통해 소양왕을 알현하고 이렇게 진언했다.

"전하, 한(韓),위(魏) 두 나라를 지나 강국인 제나라를 공략한다는 것은 득책(得策)이 아닌 줄 아옵니다.

적은 병력을 움직여 봤자 제나라는 꿈쩍도 않을 것이옵고, 그렇다고 대군(大軍)을 출동시키는 것은 진나라를 위해

더욱 좋지 않사옵니다.

가능한 한 진나라의 병력을 아끼고 한,위 두 나라의 병력을 동원코자 하시는 것이 전하의 의도인 듯하오나 동맹국을

신용할 수 없는 이 마당에 타국 너머 멀리 떨어져 있는 제나라를 공략한 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옵니다.

지난날 제나라의 민왕이 연(燕)나라의 악의(樂毅)장군에게 패한 원인도 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초(楚)나라를 공략하다가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 동맹국이 이반(離反)했기 때문이옵니다.

그때 덕을 본 것은 이웃 나라인 한나라와 위나라이 온데, 이는 마치 '적에게 병기를 빌려주고[借賊兵(차적병)] 도둑에게

식량을 갖다 준 꼴[齎盜糧(재도량) ]'이 되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나이다.

지금 전하께서 채택하셔야 할 계책으로는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이

상책(上策)인 줄 아옵니다.

한 치의 땅을 얻으면 전하의 촌토(寸土)이옵고 한 자의 땅을 얻으면 전하의 척지(尺地)가 아니옵니까?

이해득실(利害得失)이 이토록 분명 하온데 굳이 먼 나라를 공략하는 것은 현책(賢策)이 아닌 줄 아옵니다."

이 날을 계기로 소양왕의 신임을 얻은 범저는 승진 끝에 재상이 되어 응후 (應侯)에 봉해졌고,

그의 지론인 원교근공책은 천하 통일을 지향하는 진나라의 국시(國 是)가 되었다.

▶ 遠 멀 원. 交 사귈 교. 近 가까울 근. 攻 칠 공.

▶ [참조] 누란지위(累卵之危).

▶ [출전] 史記 范雎列傳

정치의 세계는 사방이 적이다, 먼곳의 적에게 미소를 보내고 가까운 곳에서는 비수를 들이댄다.

원문에 보면 '군사적인 목표가 지형상의 제약하에 놓여 있을 때는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며

먼곳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되어 있다.

이런 이치처럼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혼란한 상황에서는 서로가 이합집산과 권모술수를 총동원하여 각자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 한다.

이런 때일수록 먼 곳에 있는 적은 공격하지 말고 친교를 맺어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적은 멀리 있는

적과 달리 친교를 맺어서는 안된다.

자칫 가까이 하게 되면 자신의 심장부에서 변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정치의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친형제 사이라 할지라도 적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정치에 뜻을 두고 있지 않은 이웃이나 낯선 사람이 가까이 할 만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