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금병매(金甁梅)

금병매 (93) 하인의 처 <56~60회>

오늘의 쉼터 2014. 6. 29. 00:57

금병매 (93)

 

 

 

하인의 처 56회 

 

 

 

 “대답은 쉽지만, 실제로는 쉬운 일이 아닐걸”

“왜요?”

 




“내왕이가 순순히 이혼에 응할까?

더구나 나하고 좋아 한다는 것을 알면 그 녀석이 가만히 있을까 말이야.

실은 난 그 점이 두렵다구”

송혜련은 말없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이다.

서문경이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우리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하고,

 내왕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해서 무슨 다른 구실을 붙여 이혼을 해야 된다 그거야.

알겠지?”

“예”

“만약 내왕이가 동경에서 돌아와 우리 사이를 알고서 앙심을 품게 되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구.

 잘못하면 그의 칼에 우리가 목숨을 잃을지도 알 수 없어.

 자기 아내를 건드렸다고 종이 주인을 칼로 찌르고,

물건까지 잘라서 죽인 일이 있었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

송혜련은 두려움에 약간 떨리는 듯한 숨을 몰아쉰다.

서문경은 여자를 품에 안고 서서 미리 너무 겁을 주는 것도

 기분 안 나는 일이라 싶어서 어투를 누그러뜨려 이번에는 안심을 시키듯 말한다.

“설마 그런 일이야 있을라구.

절대로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해야 되고...

좌우간 그 점을 명심하고서 아무 탈 없이 이혼을 한 다음,

당신이 내 아내가 되도록 해보자구.

좋은 방법이 있겠지

뭐. 그 방법은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맞아요.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해요.

자, 여보, 나 못 견디겠다구요”

그러면서 송혜련은 서문경에게 안긴 몸을 가볍게 몸부림치듯 찰싹 밀착시킨다.

“나도 그래. 으음-”

서문경은 그녀를 안은 팔에 다시 뿌듯하게 힘을 준다.

그녀는 조금 고개를 젖히며 나긋하게 웃어 보인다.

입술 사이로 하얀 덧니 하나가 살짝 내다보인다.

달빛을 받아 그 덧니가 유난히 매력적이다.

그 덧니를 보자,

 서문경은 못 견디겠는 듯 냅다 입술을 덮쳐 버린다.

잠시 뜨거운 입맞춤이 계속된 다음,

서문경은 입술을 떼어 그녀의 턱 밑으로 해서 앞가슴 쪽으로 옮겨간다.

서문경의 입술이 목줄기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자,

그녀는 옷섶을 헤쳐 준다.

그러나 그의 입술이 유방을 잘 덮치질 못하자,

서슴없이 그만 웃옷을 벗어 버린다.

내의까지 제 손으로 홀랑 벗는다.

봄이기는 하지만, 밤기운이 제법 썰렁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는 아랑곳없는 모양이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풍만한 두 봉우리를 마음껏 애무한 다음 서문경은

“아래도 벗으라구. 내가 벗겨줄까”

하면서 치마에 손을 가져가려 한다.

 

 

하인의 처 57회 

 

 

 

 “아이 어쩌나...”

송혜련은 반사적으로 치마를 벗기려는 서문경의 손을 제지한다.

 

그리고 몹시 쑥스러운 듯 망설이다가,

 




“여보, 어디 딴 데로 가요”

하고 말한다.

서문경과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터인데,

숲 속의 나무에 기대서서 그 짓을 하다니,

어쩐지 상스럽다 싶었던 것이다.

정식으로 침상에 누워서 서문경을 모시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서문경은 그게 아니다.

“딴 데로 가다니,

여기가 좋다구.

서서 사랑을 나누는 것도 별미지 뭐야,

별미. 안 그래? 허허허...”

닝글닝글하게 웃으면서 서문경은 기어이 그녀의 치마를 벗기려 든다.

침상에서의 정사는 입에서 신물이 나도록 해온 터이라,

이렇게 여자를 숲 속의 나무에 기대 세워놓고 즐기는 것도 정말 별다른 맛이라 싶은 것이다.

“어머나, 어쩌나...”

그러면서도 도리가 없는 듯 그녀는 제 손으로 치마를 벗는다.

차마 아랫도리의 속옷까지는 못 벗겠는 듯 주저하자,

서문경이 거침없이 홀랑 벗겨내려 버린다.

그녀의 하얀 아랫도리까지 온통 달빛아래 드러나자,

서문경은 방안의 침상에서 보아온 여자들의 나체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에 그만 혹해버린 사람처럼 냅다 달려들어 입술로 애무를 해댄다.

그리고 잠시 후 벌떡 일어서더니,

이번에는 자기의 하의를 훌렁 벗어 던진다.

속옷도 거침없이 벗어 버린다.

아랫도리가 알몸이 되자,

서문경은 자기도 그녀처럼 상의까지 벗을까 한다.

“안 돼요, 춥다구요. 감기 들어요”

얼른 송혜련이 제지한다.

 자기는 위아래를 다 벗어도 상관없지만,

밤기운이 썰렁한데 서문경은 윗도리만은 그냥 입고 있도록 한다.

여자의 남자를 섬기는 마음인 셈이다.

“좋아, 자 그럼...”

서문경은 그녀의 알몸을 불끈 안으며 나무에 지그시 밀어붙인다.

 벌겋게 열이 오른 아랫도리가 그녀의 하체에 바싹 다가간다.

그리고 뜨거운 욕망이 그녀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다.

“아으-음-”

그녀의 입에서 교성과 감미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선 채로 서서히 물결이 친다.

그 광경을 하늘의 달이 나뭇가지 사이로 가만히 훔쳐보듯 내려다보고 있다.

어느 날 오후,

 반금련은 무료한 나머지 바야흐로 무르익는 봄 경치나 좀 즐기려고

혼자 연못가의 정자에 나가 앉았다.

동산 쪽의 철쭉이 무더기로 꽃을 피워서 눈부신 분홍빛의 구름 덩어리처럼 보였다.

“햐- 곱기도 해라”

반금련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그 철쭉꽃 덤불 사잇길로 누군가가 동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인의 처 58회 

 

 

 

 여자였다.

 

그러나 꽤 거리가 있어서 그게 누군지 잘 식별할 수가 없었다.

반금련은 그저 예사롭게 생각했다.

 

누군가 철쭉꽃이 만발한 동산에 바람을 쐬러 오르는 것이려니 하고.

 




곧 그 여자의 모습은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후,

바로 여자가 올라간 그 철쭉꽃 덤불 사잇길에

이번에는 남자의 모습이 나타나질 않는가.

아무래도 예사롭지가 않다 싶어 반금련은 눈을 반짝 뜨고 유심히 살펴본다.

“어머나”

그녀의 입에서 절로 약간 놀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남편이 아닌가 말이다.

서문경이가 어떤 여자의 뒤를 따르듯 동산으로 올라가고 있다니...

반금련은 발딱 일어섰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그대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아내들 중의 누군가와 바람을 쐬러 동산에 오른다면 나란히 같이 오르지,

여자가 올라간 다음에 한참 뒤에 슬금슬금 뒤따라 올라갈 리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또 어떤 여자와 수작을 부리는 걸까.

더구나 이번에는 집안의 동산에서...

가벼운 질투를 느끼며 반금련은 동산 쪽으로 향했다.

철쭉꽃 덤불 사잇길로 해서 숲 속으로 들어선 반금련은

발자국 소리를 죽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겨갔다.

석실 가까이 이른 그녀는 가만히 멈추어 섰다.

 여자의 간드러지는 교성이 들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서문경의 닝글닝글한 웃음소리도 들렸다.

석실 안에서였다.

반금련은 살금살금 조심스레 석실 문께로 다가갔다.

낡은 널빤지문은 사람 하나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빼꼼히 열린 채였다.

문짝으로 바싹 안을 엿보았다.

어두워서 얼른 안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눈을 뗐다가 다시 가져가니,

 이번에는 어렴풋이 물체가 떠올라 보였다.

희끗한 것이 휘감겨 있는 듯했다.

자세히 눈여겨보니 하나는 여자였고, 하나는 남자였다.

남자는 물론 서문경이었다.

서문경이 여자의 옷을 벗겨내며 드러나는 알몸을 마구 애무해대고 있는 중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여자가 이번에는 서문경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자가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어서 도무지 그게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반금련은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소리 없이 침을 삼켜가며 꼼짝을 않고 훔쳐보고 있었다.

잠시 후 반금련은,

“어머나”

자기도 모르게 그만 입에서 놀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자가 너무나 뜻밖에도 내왕이의 처 송혜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인의 처 59회 

 

 

 

 “누구야? 밖에 누구지?”

서문경이 힐끗 문 쪽을 돌아보며 소리를 지른다.

 




반금련은 당황했다.

얼른 얼굴을 거두고, 문짝에 딱 붙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바깥에서 누군가가 엿보는 듯한 인기척이 있었으니 김이 팍 새버릴 수밖에 없다.

 서문경은 후닥닥 일어나 문 쪽으로 뛰어나간다.

벌건 알몸으로 말이다.

서문경이 뛰어나오는 기척에 놀라 반금련은 그만 정신없이 내뺀다.

“아니, 저년이...”

차마 문 밖까지 뛰어나가지는 못하고 서문경은

널빤지 문을 활짝 열고 서서 바깥을 내다보며 두 눈을 부라린다.

치마를 펄럭거리며 마구 도망치는 여자가 다름 아닌 반금련이자,

서문경은 적잖이 당황한다.

하필 재수 없게 반금련의 눈에 띄고 말다니...

입맛이 쓰다.

그러나 도리가 없는 듯 문짝을 쾅 소리가 나도록 요란하게 닫아버리고,

송혜련 곁으로 돌아간 서문경은,

“에이 빌어먹을 년. 하필 그년이...”

하고 투덜거린다.

“누군데요?”

송혜련이 약간 불안한 듯이 묻는다.

“반금련이지 뭐야”

“반금련 마님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글쎄 말이야,

재수 없게 하필 그 방정맞은 년 눈에 띄다니...”

입이 가볍고, 도무지 속도 깊지 못한 반금련이 일을 알았으니

적이 걱정이 되는 듯 서문경은 쓴 입맛을 다신다.

“도리 없지. 자, 우리 할 일이나 슬슬 시작할까”

기분 잡쳐서 화가 나면서도 서문경은 사내답게 애써 여유를 되찾으며,

그럴수록 오히려 더 뜨겁고 격해야 된다는 듯이,

송혜련의 입에서 대번에,

“아아, 으윽-”

비명에 가까운 교성이 흘러나오도록 냅다 사정없이 덮친다.

밤에 동산의 숲 속에서 은밀히 만나 사랑을 나누던 서문경과 송혜련은

밀회의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 만나는 시간이 낮으로,

그리고 장소가 석실 속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대낮에 만나 석실 속에서 나누는 정사는 밤의 숲 속에서의

그것과는 또 다른 묘한 쾌감이 있었다.

석실 속의 음침한 분위기가 어쩐지 으스스하면서도

야릇한 자극이 되어 오히려 흥분을 고조시킨다고 할까.

그래서 곧잘 옥소를 사이에 넣어 연락을 취해서 오후에 만나 즐겼던 것인데,

그만 재수 없게 반금련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그날 밤 서문경은 오래간만에 반금련의 방을 찾아갔다.

거실에서 춘매와 둘이 심심해서 바둑을 두고 있던 반금련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서문경이 찾아들자,

“어머나, 당신...”

반가운 듯 두려운 듯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인의 처 60회 

 

 

 

반금련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춘매도 얼른 따라 일어선다.

서문경은 약간 화가 난 듯한 무뚝뚝한 얼굴로 말없이 의자에 가서 털썩 궁둥이를 내린다.

 




“주인어른, 술을 가져올까요, 차를 가져올까요?”

“술을 가져와”

“예”

춘매는 얼른 주안상 준비를 하러 방을 나간다.

바둑판을 한쪽으로 치우고서 반금련은 조심스레 서문경의

 

맞은편 의자에 가서 앉으며 애써 나긋한 웃음을 떠올린다.

“정말 당신 오래간만에 내 방에 오셨군요”

서문경은 아무 대꾸가 없다.

반금련은 마치 낮에 있었던 일을 까맣게 잊기라도 한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묻는다.

“당신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무슨 그런 일이라도?”

그러자 서문경은 약간 언성을 높여 불쑥 내뱉듯이 말한다.

“몰라서 묻는 거야?”

“어머나 화를 내시네”

“화가 안 나게 됐어?”

“호호호... 난 또 왜 그러시는가 했더니,

 

낮의 그일 때문이군요. 호호호...”

반금련은 앙큼스럽게 곧장 웃는다.

“이것아, 왜 자꾸 웃어? 쓸개가 터졌나?”

“우습지 뭐예요.

 

여보, 그런 일로 화를 내시다니,

 

당신답지 않다구요.

 

서방이 어디가고 없는 여자 좀 데리고 논다고 뭐가 어때서 그래요?”

뜻밖의 말에 서문경은 오히려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되고 만다.

 

걱정했던 일이 대번에 활짝 걷혀버리는 느낌이다.

 

반금련의 가벼운 입을 통해서 그 말이 퍼지고,

 

나중에 내왕이가 돌아와서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나 싶어 슬그머니 켕겼던 것인데 말이다.

그러나 아직 표정을 누그러뜨리기는 이르다는 듯이

 

서문경은 애써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말한다.

“그런 일을 몰래 뒤를 밟아 엿보는 법이 어디 있느냐 말이야.

 

내가 송혜련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말하라구.

 

거짓말하면 안 돼”

“당신도 참...

 

내가 뭐 할 일이 없어서 당신 오입하는 것을 냄새 맡고 어쩌고 하겠어요.

 

냄새를 맡아서 도대체 뭘 하겠느냐 말이에요”

“그럼 어떻게 알고 거기까지 와서 엿보았어?

 

누가 귀띔이라도 해줬겠지.

 

그게 누구야?”

“그런 게 아니라,

 

하도 심심해서 바람이나 쐬려고 연못가의 정자에 나가 앉았었다구요.

 

그런데 누군지 여자 하나가 동산으로 올라가는 게 보이더니,

 

잠시 후 당신이 뒤따라 올라가시지 않겠어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 한번 가본 것뿐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