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아하루전

<202> 34화 상봉 (3)

오늘의 쉼터 2014. 6. 14. 13:18





<202> 34화 상봉 (3)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하실 작정 입니까?"

아하루가 놀란의 비어있는 잔을 약간의 푸른 빛이 감도는 투명한 머루주를 따르며 물었다.

놀란이 자신의 잔에 채워지는 그 시리듯 푸르스름한 물결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고는 싱긋 웃었다.

"글세 어떻게 할까? 클레어와 가문의 정통 후계권을 놓고 다시 한판 싸워 볼까?

아무리 유언이 클레어에게로 몰아져 있더라도 내가 맘만 먹고 지금이라도 


정통성을 주장하기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잇을 걸? 안그래? 후후

아니면 이런 건 어떨까? 지금 짐보만의 구석 쪽엔 아직도 적도들의 잔당이 남아 있지 


그들을 모아놓고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거야 

아마 그들은 혼쾌히 나를 따를걸?

하지만..."

놀란이 고개를 저었다.

"그 어떤것도 지금의 나에겐 무의미해. 난 지금은 이름도 의미도 잃은 상태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세상에 아직 인연의 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지...."

놀란의 손에 들린 머루주가 놀란의 입 안으로 옮겨졌다. 


약간의 신 맛을 느끼는지 놀란이 미간을 잠시 찡그렸다. 


이내 은은한 머루향이 입안 가득 풍기며 약간의 달콤함 까지 감돌자 


그제서야 놀란의 얼굴이 다시금 펴지기 시작했다.

"그래, 아하루 네녀석이 나에게 바라는 게 뭐지?"

"선배님을 원합니다."

아하루의 말에 놀란이 피식 웃더니 손으로 자신의 코를 가르켰다.

"쿡쿡? 날? 그렇게 내 엉덩이가 탐이 났나? 


이런 이런 그런 일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아니 지금 당장 시작할까?"

놀란이 키득 거리며 말하자 아하루가 손에 들고 잇던 잔을 책상에 내려 놓고 


놀란의 얼굴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큭큭 의미? 그따위 의미가 나에게 무슨 상관이지? 


큭큭 이젠 나에겐 어떠한 의미도 남은게 없어 아니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좌절과 혼란 그리고 죄많은 육신 뿐이지... 큭큭 패륜을 저지른..."

"선배님..."

아하루가 혼자서 키득 거리며 웃고 있는 놀란을 잠시 안쓰런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왜 스스로를 그렇게 학대하고 계시죠? 


예전의 그 찬란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나요? 전 아직도 기억한답니다.

제가 1년차였을 때였죠. 수련학교에서 대항전을 가졌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선배님들은 무척이나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잇었었죠. 


하지만 놀란 선배님의 그 기가막힌 작전을 통해서 상황은 반전이 되엇지요. 


그때부터 전 선배님을 존경했습니다."

"작전? 하하..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지? 


너도 알다시피 작전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 따위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 


더 중요한 것은 규율과 용기와 무예일 뿐이지...

작전을 잘세운다고 칭찬이라도 한마디 해주는 지 아나? 다 헛거야 헛 지랄이지"

"아니요!"

아하루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비록 짧은 경험이엇지만 여러번의 전투를 치뤄 봤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느꼇습니다. 


작전을 세워 얻어낸것들을... 승리요?

그것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를 줄일 수 잇었다는 것입니다."

"쿡쿡 아직 어리군... 작전의 궁극적인 목적이 뭔지 아나? 


지엽적인 승리? 1회적인 승리? 


아니야 결과적으로 최종적인 승리자가 되는 것이지...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서 막대한 피해를 입어야 한다면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작전의 의미야..."

"그래서 선배님이 필요합니다. 전 아직 미숙합니다. 


하지만 선배님이라면 용병단을 탄탄한 반석위에 놓으실 수 있습니다. 


선배님의 역량이라면 더이상의 슬데없는 피해도 무리한 전투도 피할 수 있습니다. 


부탁입니다."

"큭큭 안본 사이에 아부하는 솜씨만 더 늘은 것 같구나. 아하루"

놀란이 아하루에게서 머루주를 빼앗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병체 자신의 입에 퍼 붇기 시작했다.

"크윽~... "

벌컥 벌컥 비워지던 머루주가 담긴 술잔이 책상위에 내리쳐졌다. 


놀란이 시뻘건 눈으로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마라. 


아하루... 내가 뭘 어찌할 수 있겠니? 쿡쿡 놀라운 작전이라구? 


하지만 결국 너에게도 패배한 나야. 


저번의 짐보만 전투의 수훈자는 누군줄 아나? 


바로 너야.

네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버지측은 거의 모든 거슬 장악했었지. 


그리고 마지막 숨통을 내려칠 단 한순간의 전투만 남기고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전투가 끝낫었다면 나도 그리고 클레어도 어쩌면 아무것도 모른체 


그렇게 지낼 수 잇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모든 것이 틀어져 버렸다. 네놈 때문에"

"선배님..."

"도대체 네놈은 어떻게 되어 먹은 놈이지? 


쿡쿡 허기사 이건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구... 


고작 천명에 불과한 용병들 따위에게 백작의 영지가 좌지 우지되다니 말이야. 


그것도 다이긴 전쟁에서 오히려 패배를 맛보게 될 줄이야"

"저..."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쓴거지? 


오히려 내가 네놈에게 한수 배워야 할 지경이야. 


도대체 어떻게 한거지? 당시의 전투 상황은 나도 듣고 보아서 알아...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멍청했던 건지 아니면 네녀석이 무슨 마법을 쓴건지 모르겠다.

아니 암만봐도 네 녀석에겐 아무 잘못도 없어. 


그렇ㄷ면 결국 그건가? 전쟁의 제1 원칙말이다."

"전쟁의 승패는 누가 자해서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느냐에 달려 있다..."

"쿡쿡 그래 아직도 기억하고 있군... 


그렇다면 이건 전적으로 내가 더 많은 잘못을 저질른 탓이겠지... 


그러니 누굴 원망할까?

하지만! 왜 그때 나타나야 했나? 왜?"

"선배님..."

"쿡쿡 .., 그래서 결정했어"

놀란이 다시금 머루주를 입안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 거칠게 병을 떼어 놓았다.

"푸하~"

놀란의 입에서 술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아하루가 그런 놀란의 모습을 침묵으로 바라보았다.

놀란이 입가에 남겨진 술을 팔로 훔치고는 아하루를 노려 보았다.

"쿡쿡 난 널 용서 할 수 없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만약에 따른 가정의 일일 뿐이다. 


원래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하지... 따라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다만 한가지 네가 나에게 약속해줄 것이 있다."

놀란이 아하루를 노려 보았다. 


아하루가 말없이 그런 놀란의 눈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놀란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클레어... 클레어가 무사히 짐보만을 상속 받을 수 있도록 해라"

"약속 합니다."

"그리고 클레어를 지켜줘라."

"언제까지?"

"그녀가 스스로 설수 있을 때까지"

"그것은 청부로 받아 들이겟습니다. 


그리고 그 청부의 실행자는 바로 놀란 선배님이 될 것입니다."

"푸하하.."

놀란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놈은.. 네놈은 정말..."

놀란이 말을 채 다 못하고 그대로 탁자 위에 엎어졌다.

아하루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탁자위에 엎어진 놀란을 부축하여 일으켰다.

"으음.. 아하루 넌... 나쁜 놈이야... 


그래 이 선배마저 이용해 먹겠다는 심산이냐?"

놀란이 잠꼬대인 양 중얼 거렸다. 아하루가 피식 웃었다.

"선배님도 제 맘을 뻔히 알잖아요"

아하루가 그렇게 ʼn煮?놀란을 부축하여 자신의 침상 쪽으로 끌고 가 그곳에 눕혔다.

"아하루님?"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르네가 황급히 들어왔다.

"쉿"

아하루가 손으로 조용히 하라느 신호를 하자 


르네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아하루가 놀란을 눕히고 자신에게 올때까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르네의 얼굴은 밝게 상기된체 있었다.

"무슨일이지?"

"좋은 소식이예요. 


조만간 클레어 양이 깨어 날것 같아요"

"뭐라고 정말이야?"

"네"

"도대체 어떻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죠. 그런데 놀란님은.."

르네가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다. 


아하루가 르네의 어깨에 손을 엊었다.

"아니 차라리 잘됐어. 


따로 몇가지 물어 볼 것도 있었으니깐 말이야. 


그래 지금 깨어나고 잇는 중인가?"

르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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