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된 친일파 청산

좌절된 친일파 청산

 

1)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

 

  1910년 일제가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친일파들은 조선인을 통치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들은 민족을 배반하고 민족을 팔아 많은 혜택을 누렸다.

시인 서정주의 말처럼 '일본의 지배가 1∼2백 년은 더 갈 듯해서' 민족의 지도급 인사의 상당수가 '대동아공영권 건설'과 정신대·징병·징용에 젊은이들을 끌어내는 침략전쟁의 앞잡이로 전락했다. 

 

 해방의 날 최남선은 중추원 참의를 지내면서 경기도 사능리에서 전원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이광수는 서재에 일장기를 걸어 놓고 아침 저녁으로 목례를 하며 남대문을 지날 때는 두 손을 합장하며 조선 신궁을 향해 묵도를 하면서  친일에 넋을 잃고 있었다.
 정비석, 유진오, 조용만, 모윤숙, 김용제, 최정희, 장덕조, 노천명, 오영진, 곽종원, 조연현, 양명문, 김동인, 주요한, 박종화, 김팔봉, 김소운, 백철, 유치진, 최재서 등 문인들은 줄줄이 친일의 글을 썼고, 배정자, 이각종, 박춘금, 이종형, 전봉덕, 김석원, 방흥식, 김연수, 진학문, 장덕수, 서춘, 신태악, 김활란, 고화경, 황신덕, 이능화, 최린, 이종욱, 권상로, 홍난파, 김은호, 김기창, 정춘수 등 각계 지도급 인사들은 일제의 승전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친일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 한편으로 일제 말기 당시 2만여 명의 애국인사들이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혀 있었다. 김창숙은 왜관 경찰서에 갇힌 몸이었고, 조만식은 평양에 칩거하면서 독립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고, 홍명희는 충북 괴산에 은신하고, 김병로는 경기도 가평으로 내려가고, 김준연, 이영, 정백, 김약수, 이인, 최용달, 원세훈 등은 일제의 위협과 유혹을 피해 민족의 대의와 지조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친일파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해방 초기에 사회 곳곳에서 친일파를 처단하자는 기운이 크게 일자 친일파들은 민중의 기세에 눌려 쥐구멍만 찾는 형세였다. 그런데 해방 후 미군정이 들어서게 되자 이들은 어느새 미군정과 손을 잡고 새 나라를 세우는 일꾼으로 둔갑하였다.

(미군정의 'Jobs rather than Japs'라는 논리 )

밀정으로 조선인을 일제에 앞장 섰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독립 운동가로 자처하고 다녔으며, 어떤 사람은 학교를 세워 교육자로 둔갑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달아난 일본인을 대신하여 공장을 차지하였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지자 곧바로 이러한 친일파를  나라의 지도적인 위치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일었다.

이러한 주장을 하였던 사람들은 제헌 의원으로 뽑힌 젊은 소장파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곧 특별법을 만들어 친일파를 숙청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많은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1948년 9월 10일 국회에서는 김인식 의원 등 12명의 제안으로 전문 32조로 이루어진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법에 대해 대통령 이승만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당시 나라 안에 별다른 지지 세력을 가지지 못했던 그는 많은 친일파들을 자신의 정치 기반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들을 정부의 요직에 기용하기까지 했다.

9월 이승만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친일파 처벌에 반대하였다.

 "지금 국회에서는 친일파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선동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로 민심을 이산시킬 때가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으로는 문제 처리가 안되고 나라에 손해가 될 뿐이다...... 인신 공격을 일삼지 말고 친일파 처리를 민심이 복종할 만한 경우를 마련해 조용하고 신속히 판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친일파 처단보다 다급한 것은 공산주의 박멸)

 그리고  특별법의 시행을 파괴하려는 친일파의 반대 활동도 잇따랐다.

야당은 크게 반발하여 정부에 이 법을 공포하라고 재촉했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어쩔 수 없이 9월 22일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법률 제 3호로 공포하였다.

그 다음날 친일파들은 "공산주의자를 물리치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반공 구국 총궐기 및 정권 이양 축하 국민 대회'라는 집회를 열고,

 "이런 민족 분열의 법을 만든 것은 국회 안에 있는 공산당 프락치의 소행이다."고

 공개적으로 반민법을 반대하였다.
  친일파들의 반발은 거셌다.

하지만 새 나라를 세우면서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그것은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라 민족 정기를 세우는 일이었다.

 

2) 궤변을 일삼는 친일파들

    

반민법에 따라 드디어 국회는 10월 23일 ' 반민족 행위에 관한 특별 조사 위원회  

(약칭; '             ' ) 를 구성하었다.  

특위는 1949년 1월부터 반민족 행위자의 친일 행적을 조사하면서 악질적인 거물급 친일파들을 속속 체포하였다.

체포된 친일파에는 여러 유형이 있었다.

화신 백화점 사장 박흥식과 같은 친일 기업가가 있는가 하면, 한때 독립 운동을 하다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이광수와 같은 사람도 있었다.

조선인으로서 일제 경찰 노릇을 하며 악명을 떨쳤던 노덕술, 김태석 등도 체포를 면치 못했다.

특히 노덕술, 김태석 등은 일제의 고등계 형사로 일하면서 독립 투사들을 붙잡아다가 살인적인 고문을 일삼았던 악질적인 자들이었다.

그런데 노덕술은 해방 후에도 버젓이 경찰의 고위 간부가 되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노덕술, 홍택회, 최난수와 같은 경찰 내의 친일파들은 반민법을 파괴하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썼다.  

심지어 특위 부위원장, 특별 검찰관장, 특별 재판 과장 등을 암살하려다가 들통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특위는 이 대통령의 반대와 친일파들의 맹렬한 방해를 무릅쓰고 활발하게 활동을 벌였고 국민들의 관심도 크게 높았다.

1949년 3월 28일 첫 재판을 시작하는 날에는 이를 직접 보려고 사람들이 재판정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경비하는 경찰들이 곡욕을 치렀다.

여러 신문들도 "이제야 민족 정기가 바로 잡히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재판 광경을 크게 보도하였다.  

몇몇 사람들은 재판정에서 뒤늦은 후회를 하여 동정을 받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자신의 친일 행위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자는 악질적인 일제 고등 경찰 출신 김태석이었다.

그는 1919년 조선 총독으로 부임하는 사이토에게 폭탄을 던져 간담을 서늘케 했던 65세의 독립 투사 강우규 의사에게 악랄한 고문을 했던 장본인이었다.

그 뒤에도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붙잡아 혹독하게 고문했던 일로 이름을 떨친 자였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행위를 끝까지 부인했다.

오히려 자신은 조선인을 보호하려고 경찰에 들어갔고, 3.1운동 때에도 만세를 불렀으며,

고문을 가한 일이 전혀 없다는 등 거짓말로 일관하였다.

그의 이러한 철면피한 행동은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대다수 친일파들이 재판받는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자는 오히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기 한 사람을 희생하려고 친일을 하였다."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3) 이승만이 무너뜨린 반민 특위

   

반민특위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활기찬 활동을 벌이자 위기를 느낀 친일파들의 방해는

극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노덕술이 체포되자 반민 특위에 "노덕술은 경찰 공로자이니 석방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하였다.

특위가 이를 거부하여도 이 대통령은 "지금 반란 분자와 파괴 분자가 곳곳에서 살인 방화하고 있는 위태한 상황이니, 죄가 있더라도 경찰의 기술자들을 아직 포용할 필요가 있다." 며  

거듭 그의 석방을 요구하였다.

그래도 특위가 거부하자 이 대통령은 2월 15일 반민법을 개정하겠다고 선언하고,

2월 22일 국회에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반민족 행위의 범위를 크게 축소하고, 특위를 대통령 밑에 두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친일파들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국회가 이 개정안을 폐기하자,

 여러 신문들은 '민족 정기는 드디어 승리하다',

 '박수와 환호로 덮힌 의사당' 등의 제목을 달아 보도하였다.  
  그런데 특별 재판부가 반민족 행위자에 대한 재판을 한창 벌이고 있을 때,

갑자기 5월 17일 국회 소장파 의원 두 사람이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의원들이 남로당과 접촉하였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른바 '                   ' 이었다.  

구속된 의원들은 반민법에 적극적이었던 의원들이었다.

또 1949년 6월 6일 새벽에는 무장 경찰대가 특위 를 습격하여 특경대원과 특위 직원들을

모두 체포해 갔다.

이 사건으로 나라 안이 온통 들끓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다음날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특경대 해산은 대통령인 내가 직접 경찰에 지시한 것."이라고

밝히며 국회의 항의에 맞섰다.  
  이어서 6월 21에는 다시 국회 프락치 사건  2차 검거로 소장파 핵심 의원들이

또 구속되었다.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이 통과되고 말았다.

이 개정안은 반민법 공소 시효를 1949년 8월 31일로 크게 줄여 놓아 사실상 반민 특위를

없애 버렸다.

반민 특위가 무너지면서 일제 잔재의 청산과 친일 민족 반역자를 처벌하는 길은 영영 막혀

버렸다.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은 새 나라를 세우면서 민족 정기를 바로하지 못했다.

이 사실은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이 되었다.

<읽기자료1> 친일 문학

 새로운 반도의 역사의 큰 날 / 모든 늙은 어머니조차
 젖가슴 억안았던 팔을 풀고 / 낡은 울타리 훨춸 틔우고
 나라인 마당에 '가거라' 한다......

이날에 오른 새로운 병사들은 / 충성의 뜻과 건설의 꿈을 품고
 감격의 총을 메고 나선다 / '사내답게 가거라 죽어 좋을 일터로!
 .... 아아 만세 우뢰에 답례하는 그들은 / 기쁜 눈물에 말이 많지 않았다.
/ '간다!' '갑니다!'하고만 '갔다 온다'곤 하지 않았다.
(김용제 1943. 8.3 매일신보)

 

마쓰이 히데오! /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 인(印)씨의 둘째 아들 스물한 살 먹은 사내..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대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하며 내리는 곳, / 쪼각 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

수백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같은 병정을 싣고 /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어러 온 / 원수 英米의 항공모함을  /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졌는가......
장하도다 / 우리의 육군 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런 우리의 하늘이여
(서 정  주)

 

....... 남아면 군복에 총을 메고 / 나라 위해 전쟁에 나감이 소원이러니
이 영광의 날  / 나도 사나이였으면 나도 사나이였으면
귀한 부르심 입을 것을----
( 노천명)

 

아세아의 세기적인 여명이 왔다. / 영미(英米)의 독이빨에서
일본군은 마침내 씽가폴을 뺏아내고야 말았다.
동양침략의 근거지 / 온갖 죄악이 음모되는 불야의 城
씽가폴이 불의 세례를 받는 / 이 장엄한 최후의 저녁
씽가폴 구석 구석의 작고 큰 사원들아
너희 피를 빨아먹고 넘어지는 영미를 조상(弔喪)하는 만종을 울려라
얼마나 기다렸던 아침이냐/ 동아시아 민족은 다같이 고대했던 날이냐
오랜 압제 우리들의 쓰라린 추억이 다시 새롭다
일본의 태양이 한번 밝게 비치니/ 죄악의 몸뚱이 를 어둠의 그늘 속으로
끌고 들어가며 신음하는 저 영미를 웃어줘라....
종려나무 그늘 아래 횃불을 질러라/ 낙타등에 바리 바리 술을 실어 오라
우리 이 날을 유쾌히 기념하자.
(노천명 . 1942. 2.19.)

 

새 날이래서 / 상차려 즐기지 않겠습니다.
입던 옷 그대로 / 먹던 밥 그대로
달가와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동은 새로 밝고 / 바람은 다시 맑아졌습니다. / 환한 하늘 새로
힘차게 나르는 독수리 나래 / 쳐다보며 쳐다보며 호흡을 준비합니다....
들어보세요 / 저 날카로운 바람 새에서 / 미래를 창조하는
우렁찬 고함과 /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 산 발자욱 소리를
우리는 새날의 딸 / 동방의 여인입니다.
( 모윤숙  1942. 1 ).

 

홍대(鴻大)하압신 성은
8월 1일로 뜻깊은 감격 큰 조선의 징병제도는 마침내 실시되었다. 이로써 조선 땅 2400만의 백성도 누구나가 다 총을 잡고 전선에 나아가 나라를 지키는 방패가 될 자격이 생겨진 것이다. 조선동포에 나리옵신 일시동인(一視同人)의 성은 크심을 오직 황감하여 마지 아니함이다. 2400만 누구 감읍치 아니할 자 있으리오...... 지금까지의 반도 민중은 대단히 보람없고 딱한 백성임을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이 소화 8월 1일 역사적인 날로부터는 조선 민중은 "나도 오늘부터는 황국신민으로 할 노릇을 다하는 백성이로다" "나도 오늘부터는 천하에 부끄럽지 아니한 황국신민이로다"고 큰 소리를 쳐도 좋게 되었다.  (  채만식.  매일신보, 1943. 8. 3)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물결 깨어지는 절벽 이마 위
가슴 헤치고 서서, 해천(海天) 행해 휘파람 부는 듯
오랜 구원 이룬 이날의 기쁨이여!
말 위에 칼을 들고 방가의 간성이 됨이
장부의 자랑이거늘, 이제 부름 받았으니
젊은이들아 너와 나의 더 큰 광명이 무어랴.
나아가는 너희들 대오에 지축이 울리고 / 복락의 피안으로 깃발은 날린다.
새 우짖고, 초목조차 환희를 속삭일 제 / 결의와 힘에 넘치는 너의 얼굴에
아침 태양은 더 정다이 미소하도다.
감벽의 대막 위에 점철한 섬과 섬 / 거기 10억 동포는 묶여 살았다.
그 사슬 끊이고, 해방의 노래 높은 날,
낙토 건설의 첫 개척을 우리 맡았도다.
명실 함께 1억 선진의 일원이 됨이여.
어서 저 잡초 베이고, 여기 꽃을 꽃을 심자......
충에 죽고 의에 살은 열사의 희원
피로 네 이름 저 창공에 새겨 / 그 꽃다움 천천만대에 전하여라.
( 김상용  1943. 8.4  매일신보)

 

권군 취천명 (勸君 就天命)

그대는 20대 우리는 40대
父子 이대 서로 나란히 서서 전장에 내닫세
다만 오늘은 그대 선진되고 내일날 우리 뒤따르리
안 나서면 무얼하나 / 못 쳐서 오륙십 살면 무얼하나
차라리 한두 해도 번듯하게 살아버리지.
번듯하게 사는 길이란 / 제 목숨 나라에 바쳐 나라가 그 생사 맡아주심일레
그러면 살 제는 후하게 따뜻하게 뜻같게 하여 주시고
죽을 젠 그 자리 거룩하고 높게 꾸며 주시네
지금 조국은 전쟁하는 때 / 살고 죽고를 더욱더 군국에 바칠 때일세....
양심있고 의리있는 그대, 나가지 말란들 그리 될까
어서 하루 급히 나서라. 벗이여, 학우여!
오오, 조선 동포의 대표여 꽃이여 / 오오, 제국의 수재여, 빛이여
오오, 폐하의 고굉(股肱;팔다리)이여  나라의 기둥인 그대여
부명을 받들고 어서 나서라./ 군명을 받들고 어서 나서라
때는 급하느니, 천명을 받들고 어서 어서 나서시라.
(김동환 1943. 11.6 . 매일신보)

   

 첫  피
         - 지원병 이인석에게 줌

......피는 뿜어서 누런 흙 우에 / 검게 엉기운다.
이 피는 너들의 피다./ 너들의 뜨거운 피가,
조선 2천 3백만 너들의 피가 / 내 몸을 통해서
흐르는 것이다./ 역사가 생긴 이래 / 처음으로 뿌려지는 피다
반도의 무리가 / 님께 바친 처음의 피다.
보아라 / 너들의 피가 /  내 핏줄을 통해 여기 뿜는다
2천 3백만의 뜨거운 피가 / 1억의 피로 한 덩어리가 되는
처음의 피가 / 지금 내 핏줄에서 콸콸 솟는다.....
이 피는 곧 우리의 죽었던 피가 / 산 피가 되는 피다
우리들이 참으로 님의 백성이 되고 / 님의 아들 딸이 되는
희생의 피다. / 님을 위해서 / 피를 흘림만이 / 목숨을 바침만이
님의 사람되고 / 님의 아들 딸 되는 오직 한 길이기 때문에....
(주요한  1941.3월 [신시대] )

  

감격과 긴장

.... 이번 대동아 전쟁이 발발하자 이제는 '내선일체'도 문제거리가 안되었다.

지금은 다만 '일본신민'일 따름이다.

한 천황폐하의 아래서 생사를 같이하고 영고를 함께 할 한 백성일 뿐이다.

'내지'와 '조선'의 구별적 존재를 허락치 않는 한 민족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종족을 캐자면 다를지 모르나 일본인과 조선인은 지금은 합체된 단일민족이다.
나는 지금 구직(求職)운동을 한다.... '보잘 것 없는 미약한 것이지만'

나의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 들어 국가에 바치려는 진심에서다.

보잘것 없는 초라한 것이나마 열과 성으로 국가에 바쳐 만분의 일이나마 국은에 보답하려는 것이다. 국가가 명하는 일은 다 못하나마 국가가 '하지 말라'는 일은 양심적으로 피하련다.

국가가 '좋다'고 인정하는 일은 내 힘 자라는 데 까지 하련다.

이미 자란 아이들은 할 수 없지만,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는 '일본과 조선'이

별개 존재라는 것을 애당초부터 모르게 하련다.
대동아 전쟁이야말로 인류역사 재건의 성전인 동시에 나의 심경을 가장 엄숙하게,

긴장되게 하였다.
( 김동인  1942. 1.23  [매일신보] )

  

가라! 청년학도여

.... 이번의 대동아 전쟁은 철두철미 대의를 세계에 베풀기 위한 신무천병(神武天兵)으로

팔굉을 구석구석까지 비추는 따뜻한 태양의 빛은 지금 중국에서 버어마에 이르고 필리핀에서 인도에 이르러 만나라의 억조 민중이 모두 이 빛을 우러러 보고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다....

국난을 당하여 또는 역사의 전환기에 처하여 청년학도가 용약 출전하는 장렬한 자태는 역사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서 반드시 우리에게 한한 것만도 아니다. ....

제군! 대동아의 성전은 이름 비록 동아이지마는 이는 실로 신시대, 신문화의 창조운동이며

세계 역사의 개조이다.

바라건대 일본 국민으로서의 충성과 조선 남아의 의기를 발휘하여 부여된 광영의

이 기회에 분발 용약하여 한 사람도 빠짐없이 출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 최남선   1943. 11. 20 매일신보 )

 

성전의 용사로 부름 받은 그대 / 조선의 학도여
지원하였는가, 하였는가 / 특별 지원병을
그래 무엇으로 주저하는가 / 부모 때문인가
충없는 효 어디 있으리

그래 처자를 돌아보는가 / 이 싸움 안 이기고 어디 있으리
........
그대들의 나섬은 / 그대들의 충의 , 가문의 영예,
삼천만 조선인의 생광(生光)이오 생로(生路)
일억 국민의 기쁨과 감사

남아 한번 세상 나, / 이런 호기 또 있던가. 일생 일사는 저마다 다 있는것.
위국 충절은 그대만의  행운. / 가라. 조선의 6천 학도여......
(이광수 1943.11.4 매일 신보)

 

자, 조선의 동포들아 / 우리들이 있음으로써 더 큰 싸움을 이기게 하자.
우리들이  있음으로써 대아시아 건설을 완수시키자.
이러므로써 비로소 큰 은혜에 보답하여 받들음이 되리라.

아아, 조선의 동포들아 / 우리 모든 물건을 바치자
우리 모든 땀을 바치자 / 우리 모든 피를 바치자
우리 충성에 불타는 머릿속을, 심장을 바치자
동포야 우리들 무엇이 아끼랴/ 내 생명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지 말지어다.
내 생명 그것조차 바쳐 올리자 / 우리 임금님께, 우리 임금님께
(이광수 1945. 1. 18. 매일 신보)

 

......군(君). 우리는 이제부터 정말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네.

그리고 일본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영원의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안된다네.

이는 실로 예삿일이 아니라네. 일찍이 인류가 상상조차 했던 일 없는 대사업이라네.

군이 '뭐야, 조선이 일본과 하나가 된 것은 이미 30년 전부터의 일이지 않은가, 라고

 말해 버릴지도 모르겠네.

음, 그건 지당한 말이네.

일한병합이 이루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계산하면 딱 30주년이네.

하지만 군. 신중히 생각해 주게. 병합 당시부터 금일까지의 양 민족의 약속은 사실 가짜였다네. 그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말일세. 이 말은 아주 괘씸하고 불온한 말일지도 모르겠네만, 내가 보기에는 그게 진실이라네. 내 마음은 과거 30년간 마지 못해서 끌려 왔던 것이네. 진실로 나는 천황의 '어린 아이'이며 나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이라는 자각에서가 아니었네. 그것은 마지못한 복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네. 과거에도 나는 일장기를 달거나 만세를 불렀네. 하지만 그건 진짜 감격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네. 군이여. 일본 국민이 되었으면서도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일 것이네.

죽여도 애석하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말이야. 똑같은 일본 국민이면서도,

똑같은 일본 국민이 국가에 대해 느끼는 감격이 느껴지지 않는 내 처지가 되어 보게.

그건 군의 마음보다도 몇 배나 괴롭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군.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이라네.....

군과 내가 하나로, 언제까지든지 하나로, 억지로가 아니라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한쪽이 한쪽에 끌려가는 것도 아니라 진실로 서로 서로 마음과 마음이 만나 진실로

서로 사랑하고 동정하며 서로 격려하여 더 힘센, 더 문화 높은 일본을 만들어 갈

상담을 하자는 것이 아닌가......

(동포에 고함. 1940년 경성일보)

 

........조선의 청년은 모름지기 개인이나 민족의 전도에 관한 의혹과 불안,

그리고 국민 생활의 새로운 양식의 급격한 전환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하찮은 거북함이나 쑥스러움을 벗어 팽개치고, "나는 일본 국민이다."는

강한 신념으로 살아갈 제일보를 힘차게 밟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야마로 조선 민중이 첫째로 할 유일한 정로(正路)이기 때문이다.

조선 청년이 지녀야 할 근본적이고 중요한 정신은 천황께 서약하는 충성과,

대일본제국에 대한 사랑이 아니면 안 된다.

그외의 덕은 그것에 종속하며, 그것으로부터 파생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애국심이다.

하지만 특히 청년에게 애국심이 없는 것은 병적인 것이며 실로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청년의 가장 바람직한 야심은 임금님과 나라를 위해서 깨끗이 생명을 바치는 것이며,

폐하의 군인으로서 전쟁에 나가는 일은 청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환희이며, 감격이며, 

 소망이다.... 애국심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일본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내 몸, 내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감정은 천황을 내 아버지처럼 사모해 받들고 그 일을 해드리는 것이다.

전선의 병사들이 죽음의 순간에 '텐노 헤이카 반자이'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는

그 마음인 것이다.

경건과 감사와 환희에 찬 그 외침이야말로 전사하는 병사의 만세인 것이다....

작은 나를 버리고 일본을 확실히 부둥켜 안아라..... 조선 청년이여.

군은 특별 지원병으로 나가라. 지원병에 나가지 못할 사정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병약(病弱)뿐이다.

그 이외의 사정은 결코 사정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병약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특별 지원병을 지원하라.

조선의 장정이 전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날이야말로, 조선에 황민화 완수의 광영이 오는 것이다....

청년이여. 제국의 전도는 광명에 차 있는 것이다.

우리 일본은 이제 세계의 지도자가 될 목표를 향해 당당하게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제군의 땀과 피는 한 방울도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영훤한 빛의 원천이 될 것이다.

이런 영광스런 나라,

이렇게도 희망에 빛나는 성스러운 시대에 태어난 것은 실로 드문 일이다.

청년이여. 천재일우의 봄을 위해 축수하지 않겠는가.        
( 이광수, 청년에 고하는 내용의 여러 글에서 발췌 )

 

<읽기자료 2>  반성?? 혹은 변명??

 

⊙ 최남선
 " 민족의 한 사람으로 반민족의 지목을 받음은 종세(終世)에 씻기 어려운 큰 수치라.

내 이제 그 지탄을 받고, 또 거기 이유가 없지 않으나...

다시 무슨 입과 혀를 놀려 감히 글을 통하여 시비의 죄를 논하랴.

나는 반생 행적을 돌아다볼 때 토막토막의 실패 죄다 어리석음에서 온 것을 얼른 사과한다.... 까마득하던 조국의 광복이 뜻밖에 얼른 실현하여 이제 민족 정기의 호령이 굉굉히 이 강산을 뒤흔드니 누가 이 앞에 숙연히 옷자락을 여의치 않을 것이냐.

오직 공손히 법의 처단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 채찍을 감수함으로써 조그만치라도

국민 대중 앞에 참사의 충정 표시를 삼는 것 외엔 다른 것이 없다..."

 

⊙ 최린
" 모든 것을 오늘에 와서 본다면 나의 과거 행동은 진정 잘못된 것임을 통감하며 민족 앞에

무릎을 꿇는 바입니다.

변변치 못한 최린이나마 기미년 3.1운동 당시 일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자라고 해서

그들은 그후 나를 주목하고 위협하고 또 유혹하여 끝내 민족을 배반하는 행동을 하였으니

이 죄는 죽음의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죄스럽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

⊙ 이항녕
"... 나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오래 안일한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더러운 욕망은 하필 오늘의 나의 철학이 아니라,

일제 시대부터 내가 만고불멸의 철칙으로 알고 지켜온 나의 확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이 확신을 저주합니다.

나는 한일 합방 때 절개를 지킨 애국자의 자손들이 곤궁하게 살고 있는데

친일파의 자손들이 지금까지도 잘사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일제 시대에 그들에게 아부한 사람들은 잘살았고 그 자손들도 좋은 교육을 받아

지금까지도 영화를 누리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바로 그 한 사람입니다.....

나는 일제때 그들에게 붙어서 민족의식을 상실한 것을 해방 직후에는 부끄럽게

생각했었으나 그 뒤 얼마 안 가서 나의 일제 행각에 대한 정당한 변명을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시세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었지요...."  

( '나를 손가락질해다오' 1980년 1월 26일 . 조선일보 )

 

⊙ 서정주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의 항복 선언이 있을 걸 짐작이라도 했다면

이 몇 해 안되는 동안을 어떻게 해서라도 숨어 살 길이라도 찾아 보았으리라.

그러나 당시의 나는 적어도 몇백 년은 일본의 지배 속에 아리고 쓰리나 견디고

살 수 밖에 없다는 체념 하나밖에는 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 때 우리 겨레 다수의 실상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회고한다."

( 몇년 전 신문 인터뷰 )

 

⊙ 김용제는 1978년 <한국문학>에 '고백적 친일문학론'이란 글을 써

자신의 친일(문학)이 독립 운동의 위장이었다고 밝힘

 

⊙ 이광수
 "나는 민족을 위해 친일했소.

내가 걸은 길이 정경대로는 아니오마는 그런 길을 걸어 민족을 위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오" (반민특위 심문관에게 한 진술 )

 

"12월 8일 대동아 전쟁이 일어나자 나는 조선 민족이 대위기에 있음을 느끼고 일부 인사라도 일본에 협력하는 태도를 보여줌이 민족의 목전에 임박한 위기를 모면할 길이라 생각하고,

기왕 버린 몸이니 이 경우에 희생이 되기를 스스로 결심하였다 "   

(이광수의 [고백] 중 )

 

<읽기자료3> 발 언 대  졸 업 생      남  0  0

 

선생님! 제가 만약 작년에서야 비로소 친일파들의 다수가 해방 후에도 권력층의 자리를

유지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어요?  

너무 늦었죠?  

저는 그래도 국사에 대해서는 좀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근대부터는 정말 백지였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난 셈이었죠.
 그러므로 요즈음 배우는 사실들은 저에게는 충격의 연속입니다.........  

이러한 충격적 사실 중 가장 놀라운 일은 ' 친일 세력의 제거 좌절 '이라는

내용의 사건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광복 후에 행해졌어야 할 친일 분자들의 숙청은 처음엔 미군정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우리의 정부가 들어선 1948년 이후에 바로 행해졌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바른 정치를 행하여야 할 대통령이 단지 자신의 세력 기반을 잃을까 두려워

친일 세력을 두둔했다는 사실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실수요 남의 나라에게 보여질 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잘못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로 인정된 사람들에 대한 재평가가 좌절된 지금엔 그러한 잘못은

과거지사라고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에도 똑같은 잘못이 저질러진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잘못된 사실을 알았다면 바로잡아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유공자 중 친일파로 거론된 사람들의 유가족이 항의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진실이 아닌줄 알고 그런다면 그들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선조의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의

바른 알 권리를 위해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졸업생   안 0  0

 

친일. 나는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

그 당시에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을 받아오는 과정에서 반일 감정이 생겨났고 일제 물건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혼란이 가중됐다.

과거에는 일제에 대한 이유없는 (여기서 이유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마음에 전달되지 못하는) 저항감이 있어 무조건 배타적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듣고 이제 좀더 일본에 대해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방이 됐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점점 나약해지고

일본문화에 빠져들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얼마 전에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를 보았다.

거기에서 나온 구절이 지금 떠 오른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우리는 용서는 안 했지만 잊어버린지 오래다.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어떻게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졸업생    오 0   0

 

....우리 외할아버지는 젊어서 일본에서 사셨다.

일본에서 꽤 부유하셨던 모양이다.

사업을 하셨다고 들었다.

한번은 할아버지께서 심심해 보이시길래 그때 일을 여쭈어보았다.

나는 그때 놀라고 말았다.

할아버지 공장에는 조선인 근로자들이 아주 많았었다.

할아버지는 조선인과 일본인을 연결하는 역할이셨다.

즉 조선인 제일 위에 계셨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무식하고 단순했었던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는 일본어를 완벽하게 하시고 교육도 받은 인텔리셨던 것 같고,

내가 놀란 것은 그 다음 부분에서였다.

할아버지는 조선 노동자들이 할아버지가 조선인인줄 알면 구타하고 난동부릴까봐

일본인 행세를 하셨다고 했다.

...... 난 그 다음부터 할아버지가 다르게 보였다.

"  지조란 것은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요,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크며, 따라서 지조를 지키기 위한 괴로움이 얼마나 가혹한지 헤아리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먼저 그 지조의 강도를 살피려 한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명리만을 위하여 그 동지와 지지자와 추종자를 일조(一朝)에 함정에 빠뜨리고

달아나는 지조없는 지도자의 무절제와 배신 앞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망하였는가" 

(조지훈의 [지조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