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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

오늘의 쉼터 2009. 8. 5. 17:34

 

"아빠! 아빠!"



"......"



"아빠! 아빠! 빨리 일어나! 빨리. 응?"


휴일이라 늘어지게 단잠을 자던 나를 민정이가 깨웁니다.



 "민정아, 왜? 엄마가 밥 먹으래?"

 

"밥은 아까 먹었는데."

 

"밥 먹었다고? 근데 아빠 왜 안깨웠어?.

 

"응. 엄마가 아빠 피곤해서 주무시니까 깨우지 말랬어.

 

절대 밥 모자라서 깨우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음. 그렇단 말이지?"

 

역시나 오늘도 아내는 배식에 실패했나 봅니다.



"그럼 아빠 왜 깨웠어?"

 

"응. 남자친구가 아빠한테 인사하러 온대." "뭐?"

 

약간은 잠에서 덜 깬 나는 민정이의 말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남자친구? 인사? 나한테?

 

민정이는 나를 그렇게 깨워놓고서는 주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맛난거 다 된거야? 응? 조금 있으면 종혁이 온단 말야!"



아니, 아빠는 배고픈데 남자친구 맛난거만 챙기는 건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최고라더니만.


조금 씁쓸한 마음에 담배 한대 태우니까 초인종이 울립니다.



"종혁아, 왔어? 많이 춥지? 얼른 들어와!"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올 때보다 더 반갑게 더 다정하게 말합니다.

 

"종혁아, 우리 아빠야!"

 

"아버님, 절 받으십시요."

 

어라? 이녀석 보게? 왠 절?종혁이는 내게 넙죽 큰 절을 합니다.


두 번이나. 음. 이녀석, 나 아직 살아있다고!


"아버님, 민정이와 결혼을 허락해 주십시오."


순간 '풋' 하고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10살짜리 녀석이 말이죠.

 

이녀석, 당돌하네?


힐끔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도 재미있다는듯이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민정아, 너도 동의한거니?" "응, 아빠."

 

"그래?"뭐라고 말을 해야겠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생각이 안났습니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어디서 감히' 하며 

 

화를 내볼까도 했지만 종혁이의 진지한 표정에

 

순수한 마음을 깨치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민정이는 어떻게 만났나?"

 

"같은반 짝입니다."

 

"민정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가?"

 

"그냥 좋습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민정이랑 뽀뽀는 해 봤나?"

 

"네!

 

당돌한 종혁이가 우물쭈물 당황할거라고 예상했던

 

내게 거침없이 '네' 라고 대답하니

 

     내가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요즘 민정이가 내게 뽀뽀를 안 해주는구만.

 

     오기도 생기고, 조금은 분한 마음에 물었습니다.

 

"민정이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나?"


"네, 자신있습니다. 

저는 민정이에게 충전기 같은 남자가 될 것입니다!"

 

'충전기 같은 남자' 라는 말에 난 많이 놀랐고,

 

10년전 내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10년전 나도 지금 종혁이처럼 장인어른께 큰 절을 올리고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장인어른은 가진 것 없고 볼품없는 날 쉽게 허락하지 못하셨습니다.

 

더구나 장모님이 일찍 병으로 돌아가신 후 아내를 혼자 훌륭하게

 

키워오셨는데 저같은 놈에게 더욱 허락하실리 만무하셨을겁니다.

"아버님, 저는 수연씨에게 충전기 같은 남자가 되겠습니다.

 

수연씨가 힘들고 지칠때 절 바라만봐도 제가 곁에 있기만해도 행복해지고

 

삶이 즐거울 수 있게 되는, 그런 충전기 같은 남자가 되겠습니다."

제 말에 장인어른은 한참을 눈을 감고 계시더니

 

이내 결혼을 허락하셨습니다.

"아빠, 왜 울어?"


"아, 아니야."

종혁이 때문에 10년전 일이 생각나 잠시 뭉클했나 봅니다.

"종혁아!"
"네, 아버님!"

"아직 너희는 많이 어리지?

 

너희 나이때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10년후에 우리 민정이에게 멋진 프로포즈를 하고 다시 나한테 와!


그 때까지 네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거하게 술 한잔 대접하마."

종혁이는 10년후에 꼭 다시 오겠다며 집으로 갔고


민정이는 아빠와 딴딴딴따 연습해야 한다고 내 팔짱을 낍니다.

"요녀석,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면서.


아빠랑 죽을때까지 같이 산다면서."

"아빠도 좋지만, 종혁이도 좋아."

"근데, 민정이 너 종혁이랑 언제 어디서 뽀뽀했어? 응?"

"피, 비밀!"

아마 장인어른도 같은 마음이셨겠지요.


장인어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장인어른, 잘 지내셨습니까?"

"자네가 왠일인가?"

"장인어른,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 이 사람. 뜬금없이 뭐가 고마워?"

"수연씨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저 같은 놈에게 주신거 정말 고맙습니다."

"자네, 낮술했나?
쓸데없는 얘기 하지말고 얼른 한게임에 접속 좀 하게.


나 고스톱머니 수혈 좀 해 줘!"

"네? 아, 알겠습니다. 한게임이라 하셨죠?"


"자넨 나한테도 충전기 같은 사람이야."

"네?"

"한게임에서 봄세."

그날 밤

 

나는 아내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

.

.


며칠 후

 

우연히 민정이 방에서 아내와 민정이가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민정아, 거봐, 엄마가 뭐랬어. 충전기 얘기만 하면 된다고 그랬지?"

"응. 내가 종혁이한테 다 얘기했어.

 

아빠가 옛날에 외할아버지한테 충전기 얘기 했다고.

너도 그렇게 하라고."

 

"그 때 참 멋있었는데. 요즘엔 엄마가 충전이 잘 안 돼요.

아무튼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참, 비밀이 많은 모녀입니다. <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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