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쟘, 라이너·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윤동주 시인
- 생몰 1917년 12월 30일 ~ 1945년 2월 16일
- 데뷔 1936년 가톨릭소년지 동시 '병아리' 발표
- 학력 용정중학교 .연희전문학교.
- 경력 1943년 사상불온·독립운동의 죄목으로 일본경찰에 피체
-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이 유고시집에 실려있다.
- 1948년의 초간본은 31편이 수록되었으나,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시를
- 추가하여 1976년 3판에서는 모두 116편이 실리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