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으면 정말 당신과 살아 볼 수 있을까 / 조이랑 시냇물 흐르듯 흘렀어야 할 삶이 마치 자갈 위를 굴러 가는 수레바퀴처럼 이리저리 힘겹게 쓸리고 쏠리며 구르다 어느 날 당신을 만났지 난 그때 마치 급류에 휩쓸려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같았어 굉장히 혼란스러웠거든, 하지만 물방울이 흘러 흘러 바다의 품에 안기 듯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 나를 묻어 버렸어 그런 당신을 항상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때론
늙어서 당신과 함께 사는 꿈을 꾸곤 해 그때는 아침잠 많은 내가 눈 비비며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팔짱을 끼고 새벽 산책도 따라 나서야겠지 새벽이슬이 묻은 신발을 말리는 동안 이가 안 좋은 당신의 입맛에 맞춰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 같아 오후엔 당신만의 공간에서 당신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품을 만들 동안 난 따뜻한 툇마루에 앉아서 우리의 기나 긴 아픈 사연을 소설로 쓰고 싶어 그땐 우리 마당에 조그만 텃밭을 가꿔보자 입맛이 없을 땐 상추와 쑥갓 뜯어 고추장에 쌈 싸 먹고 조롱조롱 열린 콩을 넣고 맛있게 밥을 지어 부추 빈대떡이라도 만들어 상에 올려 놓을까 봐 오이도 무치고 깻잎도 따고 내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당신도 좋아할까 저녁 후엔 지는 해를 바라보며 꼭 같은 찻잔에 함께 차를 마시면서 옆에 앉은 누렁이의 등을 쓰다듬어 줘 보면 어떨까 그러다 어둠이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 줄 때 쯤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달과 별들을 바라보면서 조용한 음악으로 방을 가득 채워 보자 당신은 흘러내리는 돋보기를 밀어 올리며 책을 읽고 난 다 잊었던 뜨개질을 다시 배워 당신을 위해 따뜻한 목도리도 떠야 할까 봐 당신의 겨울이 춥지 않게 말야 우리 정말 그렇게 한 번 살아 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진짜로 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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