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늪 - 신달자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하늘의 발 뒤꿈치에서 살짝 불던 바람 따라
아래로 아래로 굴러 떨어져 바위 하나로 툭 멈춰 선
비명이 그렇게 뭉쳤을지 몰라
어느 산기슭에 천년을 누웠던 거북이 바위
느린 걸음으로 다시 천년,
어느 나무꾼이 굴려 굴려 가져다 놓는데 다시 천년
그렇게 몇 번 천년을 구르다 구르다
내 집 마루 중심에 놓인
돌확 하나
인연은 혼자 들 수 없는 것
영원이 무겁게 입 다문 채 제자리를 찾아오기까지는
숨어 있는 나뭇잎 하나도 손을 보탰다
어느 남정네 굵은 팔뚝 들어 올려
떡메 치던 곳에 하늘 한 귀퉁이 쪼개 담은 물이 담겨 있다
저 한 모금 물로 다시 천년의 시간과 생명을 만들 수 있으리
소리의 메아리가 소리 없이 가만가만 깊어진다
*...시집『시와 시학』, 가을호.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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