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하늘의 道]

제11장 개혁을 손짓하는 세상 3

오늘의 쉼터 2016. 8. 4. 00:16

제11장 개혁을 손짓하는 세상 3



양팽손은 아침 일찍 생원시 과장(科場)으로 나갔다.
 
  과장은 박경의 옛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성균관 안에 있었다.

성균관 문 입구에는 이미 응시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양팽손은 성균관 뜰 입구에 있는 녹명소(錄名所)를 찾아갔다.

임시로 설치된 녹명소에는 벼슬아치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응시생들을 일일이 확인한 후 출입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양팽손 앞에 선 응시생이 무슨 영문인지 쩔쩔매고 있었다.

  "부정할 생각은 아예 마시오."

  "알겠습니다."

  "첩문(帖文)을 보여주시오."

  알고 보니 그가 쩔쩔매는 이유는 첩문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첩문이란 응시생들이 생진시를 보기 전에 <소학>이나 <가례> 강의를 듣고 나서 받는

확인증 같은 것이었다.

응시생들에게 첩문이 없으면 녹명소에서 이름을 등록할 수 없을 뿐더러 과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조흘강(照訖講)을 듣지 않았구먼."

  "아, 아니오. 분명히 들었소."

  "요즘에는 대리시험자가 있다니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오."

  "시험을 응시하고 싶다면 어서 첩문을 가지고 오시오."

  <소학>이나 <가례> 강의를 조흘강이라 했고,

응시생들은 조흘강을 들어야 녹명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첩문이 없는데 무엇으로 당신이 응시생이라는 것을 믿겠소."

  "아무래도 바삐 오다가 길에 빠뜨린 것 같소."

  "안됐소만 들여보낼 수 없소."

  별 수 없이 그 응시생은 울상이 되어 돌아갔다.

녹명소의 벼슬아치와 응시생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어느새 줄은 더 늘어나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양팽손은 녹명소에서 첩문을 보여 주고 과장으로 들어섰다.

  숲으로 둘러싸인 성균관 뜰은 간밤의 서늘한 냉기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었다.

햇살이 드는 양지쪽으로 응시생들이 모여들어 시험정보를 얘기하고 있었다.

양팽손도 양지쪽에 가까스로 한 자리 끼어 귀를 기울였다.

  "오늘 상시관은 좌참찬이라고 하더구먼."

  "좌참찬은 아닐 걸세. 지난번 진사시에 상시관이었거든.

그러니 그 사람이 또 생원시까지 나서겠나."

  상시관이 누구인지, 참시관이 누구인지가 응시생들에게는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문제를 내는 데 참여하는 상시관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문제의 경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과장에서의 얘기는 막연하게 나도는 뜬소문이 많았다.

  "이번 감시관은 간관(諫官) 중에서 깐깐한 사람이 온다고 하더구먼."

  "이래저래 살벌하겠네 그려."

  "생원시 문제가 유출되어 오늘 치르니까 그렇지 뭐."

  "참시관이 나온 걸 보니 곧 시험을 시작하겠구먼."

  응시생들이 과장으로 우르르 몰려가 각자 뒷자리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참시관들이 소리쳐 말했다.

  "앞줄부터 채워 앉으시오!"

  "어서 앞으로 나오시오!"

  그래도 대부분은 뒷줄에 앉아 꼼짝을 안 했다.

참시관의 기세에 눌려 앞줄로 나서는 응시생은 양팽손처럼 옷차림이 꾀죄죄하고

모습이 어수룩한 시골뜨기들뿐이었다.

양팽손은 맨 앞줄에 앉아 눈을 감았다.

시험 문제를 가지고 나올 상시관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참시관들과 감시관이 장내를 정돈한 후 상시관이 시험문제를 들고 나타날 터였다.

  "조용히들 하시오!"

  응시생들은 감시관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었다.

생원시쯤이야 걱정할 것이 없다는 기세로 떠들고 있었다.

양팽손은 찬물을 끼얹은 듯 장내가 조용해질 무렵에야 눈을 떴다.

시험문제가 적힌 두루마리 첩을 든 상시관이 과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순간 양팽손은 두 눈을 의심했다.

그는 눈이 소처럼 크고 턱이 두툼하여 후덕하게 보였다.

한강 도선장에서부터 남소문까지 같이 걸었던 우찬성 정광필이었다.

  양팽손은 그와 주고받은 말을 떠올렸다.

양팽손이 '어르신은 누구시옵니까' 하고 묻자

그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때가 있을 것이네' 하고 말했는데,

지금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남소문에 이르러 양팽손이 '어르신, 다음에 꼭 뵙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자,

그는 '그대 같은 젊은이를 나는 좋아한다네.

그러니 함께 나랏일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던 것이다.

  양팽손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정광필은 질서 정연하게 앉아 있는 응시생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양팽손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정광필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뒤 두루마리를 펴 시험문제를 걸었다.

  양팽손은 또 다시 크게 놀랐다.

시험문제는 <중용>에서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묻는 애공문정(哀公問政)을

논하라는 것과 고시 한 수를 지으라는 문제였다.

시험문제를 출제한 사람은 정광필이 분명했다.
   
  양팽손은 현기증을 느끼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상시관으로 우찬성 벼슬의 정광필이 나선 것도 놀랍거니와 시험문제가

그날 그와 나누었던 <중용>의 애공문정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정광필이 '도를 닦는다,

그 말은 곧 하늘의 도를 실천한다는 말이지.

그 말이 어디에 나오는가' 하고 묻자,

양팽손은 '<중용>에 나오는 바 공자님이 애공에게 한 말씀이옵니다' 하고 답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정광필이 다시 '그렇지.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구먼. 도로 몸을 닦고,

인으로 도를 닦는다고 했어. 그러면 하늘의 이치를 알게 되지.

하늘의 이치라는 것이 하늘의 도가 아니겠는가' 하고 말했고,

양팽손도 '임금과 군자가 하늘의 도를 알고 그것을 사람의 도로 실천하면

그것이 곧 지치가 아니겠습니까'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정광필은 몹시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의 도를 닦고 오직 그것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바로 지극한 정치라네' 라고 결론을 지어주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광필은 그날 우연히 만난 양팽손에게 지금의 시험문제와 답을

모두 미리 알려준 셈이었다.

그러나 양팽손은 손이 떨려 붓을 바로 잡을 수 없었다.

먹을 묻힌 붓으로 답을 써 내려가려 했지만 단 한 자도 쓸 수가 없었다.

  양팽손은 다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감시관이 답안지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 양팽손에게 한 마디 했다.

  "이보시오. 어디 몸이 불편한가."

  "아, 아닙니다."

  "답을 작성하지 않고 무얼 하고 있는가. 벌써 답을 쓰고 나간 사람이 있지 않소."

  양팽손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시관의 말대로 어느새 과장 안은 듬성듬성 비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양팽손은 손이 떨려 붓을 들 수가 없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답은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마치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듯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양팽손은 응시생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 그런 자세로 앉아 있기만 했다.

 어느 새 과장은 텅 비고, 혼자 남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한 참시관이 양팽손에게 다가왔다가 백지 답안지를 확인하고는 약간 짜증을 내며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상시관인 정광필은 처음부터 내내 의자에 앉아 양팽손을 의식한 듯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참시관과 감시관이 양팽손에게 다가와 백지 상태의 답안지를 거둬가려고 한 순간이었다.

양팽손은 심호흡을 했다.

그날 정광필이 헤어지면서 '이보시게, 젊은이. 분명 나라는 그대를 부를 것이네.

그대 우리 다시 만나세. 그래도 늦지 않을 것이네'라고 한 말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용기가 났다.

  '그렇다. 이것은 어쩌면 하늘이 내게 내린 기회다.

나라가 저 명재상을 나에게 보내 기회를 주려 한 것이다.

나는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찬성 나으리께서 전날 내게 나라가 그대를 부를 것이네, 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양팽손은 감시관이 자신의 백지 답안을 들려고 하는 순간 붓을 들었다.

자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붓 끝에 힘이 실렸다.

아랫배에서 나온 힘이 붓 끝에 옮겨와 있었다.

양팽손은 일필휘지로 답을 써내려갔다.

먼저 공자가 애공에게 말한 정치를 요약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정치란 땅에 나무를 심는 이치와 같아서 좋은 땅에 심으면 잘 자라고,

척박한 땅에 심으면 잘 자라지 않는 것처럼 창포나 갈대와 같은 백성들은

임금이 덕이 있으면 절로 잘 다스려지므로 애공더러 공자는

인의(仁義)의 정치를 할 것을 권면하였으며,

 그러려면 애공 자신부터 하늘의 도로 몸을 닦고,

오직 그것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지극한 정치라는 식의 답안을 작성했던 것이다.

  고시는 시간에 쫓겨 예전에 지어두었던 것을 쓰고 말았다.

이윽고 양팽손은 일어나 돌부처럼 앉아 있는 상시관 정광필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과장을 빠져나왔다.

<애공문정>에 대한 답은 여한이 없으나 고시는 못내 찜찜했다.

더 잘 지을 수 있는데도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래도 단 한 자도 작성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마지막까지 자리를 버티면서 답을 써냈으므로 마음은 그런대로 후련했다.

  과장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구가 반색을 하며 달려왔다.

  "이보게, 양 동지. 고생했네. 얼굴을 보니 낙심한 표정은 아니구먼."

  "대유, 문제는 어렵지 않았으나 떨려서 혼이 났네."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사서오경 중에 <중용>에서 출제된 문제는 소신 있게 작성했지만

고시는 시간이 없어 어떻게 지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네."

  "걱정하지 말게. 사서오경의 문제가 고시보다 점수를 더 줄 때가 많았네.

그러니 <중용>의 문제에서 점수를 많이 땄다면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네."

  "그랬으면 좋겠네만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구먼."

  두 사람은 응시생들 사이를 빠져나와 소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암 형과 약속했거든. 형은 진사시 1등을 하겠다고 말했고,

나는 생원시 1등을 하겠다고 다짐했거든."

  "고시 때문에 마음이 찜찜해서 그렇군."

  "그렇다네."

  "너무 상심하지 말게."

  "내가 1등을 못해서 그런다고 여기지 말게. 나는 아직 그런 속물은 아니라네."

  "그렇다면 무슨 이윤가."

  "오늘 상시관은 우찬성 정광필 어른이었네."

  "잘 알고 있는 분인가."

  "딱 한 번 뵌 적이 있지."

  양팽손은 정광필을 만나게 된 전후 인연을 김구에게 상세히 말했다.

그제야 김구는 양팽손이 무엇 때문에 낙심하고 있는지를 이해했다.

  "찬성 어른께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군 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다네."

  "설마 고시 한 수로 자네에 대한 첫인상을 바꾸겠나.

함께 나랏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자네를 치켜세웠던 분이 말이네."

  "오늘 생원시 문제는 마치 나를 위해 출재한 것 같았는데 부응을 못한 아쉬움이 커서 그렇다네."
   
  "우찬성 어른이 자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설마 고시를 잘못 지었다 해도

<중용>의 점수를 참작해서 1등을 줄 수도 있겠구먼.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말게."

  "그것은 그분을 모독하는 것이네.

그분이야말로 공평무사한 어른이 아니신가.

그런데 나를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더 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네."

  김구는 심각한 양팽손과 달리 가볍게 응수하고 있었다.

그만큼 양팽손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긴장하고 있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니 정색하지 말게나.

양 동지나 나나 급제에 목숨을 건 사람은 아니잖은가."

  그때였다.

과장 밖에서 합격자를 발표하는지 환호성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그늘에서 일어나 임시로 설치되었던 녹명소 쪽으로 갔다.

과연 합격자 방이 붙어 있고, 응시생들이 그 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김구가 먼저 다가가 모둠발로 방을 훔쳐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순간 양팽손은 불합격인가 싶어 물었다.

  "어찌 되었는가."

  "합격은 합격인데 자네가 보게나."

  "대유,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어서 말해 보게나."

  "자네가 보라니까."

  장원이면 김구가 기뻐할 텐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과연 양팽손의 눈빛도 어두워졌다.

1등이 아닌 2등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1등은 5명, 2등은 25명, 3등은 70명인데 25명 중에 겨우 자신의 이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양팽손은 자신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자책했다.

  "난 자네가 가장 싫어하는 속물인 것 같으이."

  "자네가 속물이라면 우리는 뭐가 되겠는가."

  양팽손은 고시를 잘 짓지 못한 채 내심 1등을 바랐던 자신을 속물이라고 나무랐다.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암 형은 집에 있는가."

  "용인에 내려갔네."

  "자네 시험 때까지는 있을 줄 알았는데."

  "어머님이 병환중이시라네."

  "그럼, 자축하는 의미에서 명경으로 갈까."

  "마안하이. 난 그런 곳이 아직 어색해. 체질에 맞지 않은 것도 같고."

  "하긴 자네는 거문고를 뜯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하지.

정암 형이 곧 올라올 걸세."

  "그런 말씀이 있었는가."

  "그건 아니지만 전하께서 베푸는 방방의(放榜儀)가 있거든."

  "그건 또 뭔가."

  "전하께서 백패(白牌)와 주과(酒果)를 하사하는 의식이지.

그러니 합격자들은 대궐 뜰에서 전하의 격려를 받고 선비가 되는 것이라네."

  방방의란 전하가 길일(吉日)을 정해 대궐 뜰에서 생진사시 합격자들에게 백패를 주고

술과 과일을 하사하는 의식이므로, 진사시 1등 합격자인 조광조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김구는 성균관을 나오면서 양팽손에게 물었다.

  "자네도 정암 형처럼 성균관에 입학할 것인가."

  "물론이네. 말단 관직이라도 받아 가족을 도와야 할 것이지만

동지들 모두 성균관에 입학하자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공자님도 뜻이 같아야 서로 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네.

그러고 보니 자네야말로 곤궁함에도 불구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네."

  집안 형편이나 권세에 있어서 양팽손과 김구는 아주 반대였다.

살림이 어려운 양팽손과 달리 김구가 어린 나이에 일찍이 생원시나 진사시에 합격해 놓고도

거문고를 들고 다니며 유유자적했던 것은 가세가 넉넉했기 때문이었다.

  김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양팽손은 능주를 향해 큰절을 했다.

그렇게나마 자신의 생원시 2등 합격을 마음으로 알려야 했다.

머잖아 대궐 뜰에서 방방의가 있을 것이라 하므로 당장 내려가지 못하고 먼저 절을 했던 것이다.
 
  '어머님, 팽손이가 생원시에 합격했습니다.

소자를 낳아준 부모님과 선영에 엎드려 인사 드리옵니다.

곤궁한 집안을 도우려면 미관말직이라도 맡아야 할 것이오나

소자는 다시 학문을 연마하기 위해 성균관에 입학하려 하옵니다.

<소학>에 배워야 할 때 게으름을 피우며 배우지 않다가 기회를 다 놓치고

나이가 들어 곤궁한 오두막집에서 땅을 치고 통곡하며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구절에 늘 생각하는 바가 컸사옵니다.

다행히 이곳에는 정직하고 신실하며 견문이 넓은 동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소자를 친형제처럼 생각하며 책선(責善; 선을 권장함)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누더기 치마저고리를 입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양팽손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방바닥에 눈물이 떨어져 물이 엎질러진 듯하였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를 떠올리던 양팽손은 이윽고 목이 메어 흐느꼈다.

  군자는 배부르게 먹는 것을 바라지 않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으며

도(道)가 있는 곳으로 좇아 나아간다고 하지만 부모가 크게 고생만 하는 현실이다 보니

양팽손은 자식 된 입장에서 갈등하고 괴롭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