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원색의 카니발

42. 여자와 여자

오늘의 쉼터 2015. 1. 24. 20:37

       42. 여자와 여자
 

 

       1
 

       베이루트 시간으로 저녁 7시다.
       베이루트 부두를 끼고 있는 길을 한 동양 계의 젊은 여자가 걷고 있다.
       지현준의 애인이 뉴욕 시경 형사 출신인 리사 브라운이다.
       지난 며칠 동안 리사는 계속 베이루트 부두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두로 나온 리사는 지난해 이곳 내전 때 유탄에 맞아 죽은 한 한국인에 
       대한 정보를 캐고 다녔다.
       동양계 여자가 지난해 유탄에 맞아 죽은 사건이 진상을 캐러 다닌다는 
       소문은 금세 베이루트 암흑가에 퍼진다.
       오늘도 리사는 부두 거리 카페로 나와 이 사람 저 사람을 잡고
       지난해 한국인이 사망할 당시의 목격자를 찾아 주면 거액의 사례를 하겠다는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
       부두 거리 싸구려 카페에 앉았던 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두 길을 걷기 시작한다.
       밤 깊은 부두에는 인적이 뜸하다.
       리사가 창고 건물을 지나 밝은 거리로 나서려 하고 있다.
       그때 창고 모퉁이 어두운 곳에서 두 사람의 아랍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랍인은 한 눈에 불량배처럼 보인다.
       아랍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리사 곁으로 다가간다.
       아랍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본 리사는 밝은 곳으로 피하지 않고
       도리어 어두운 창고 골목으로 방향을 바꾼다.
       두 사람 남자가 서로 마주 보며 싱긋 웃는다.
       리사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한 듯이 어두운 창고 길을 걸고 있다.
       두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가 리사의 팔을 양쪽에서 틀어쥔다.
       정확히 말해 틀어 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이 틀어쥔다는 착각을 한 것뿐이다.
       두 아랍인이 리사의 팔을 틀어쥔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들의 몸이 무서운 힘에 끌려 허공을 한바퀴 돌아 땅에 꼬부라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두 아랍인은 자신들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 아랍인의 눈에 여자 손에 쥐어진 소음기가 부착된 우지 자동 소총이 들어온다.

       그리고
       "슛슛"
       하는 소리와 함께 우지 자동소총에서 총탄이 우박처럼 쓸어져 있는 두 남자 주변에

       쏟아진다.
       두 아랍인은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여자를 멍하게 보고만 있다.
       두 아랍인은 살려 달라는 애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공포 때문에 말이 목구멍으로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냈어?"
       여자가 영어로 묻는다.
       두 아랍인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리사를 노려보기만 할 뿐 말이 없다.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상대가 여자라는 것을 의식하고 약간 깔보는 듯한 빛이 돈다.
       "의리가 대단한 친구들이군. 그래. 좋아. 그 의리 저승까지 가지고 가!"
       두 아랍인의 눈에 여자의 우지 자동 소총 총구가 자기들을 행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여자가 발사 자세에 들어가는 것도 보인다.
       두 아랍 남자 눈에 비췬 여자 표정에서 정말 쏠 것 같은 결의를 느낀다.
       순간
       "쏘지 마!"
       두 사람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쏟아져 나온다.
       "쏘지 말라고 하지 말고 내가 쏠 일이 없도록 해!"
       리사가 싸늘하게 말한다.
       "정말이야! 정말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면 죽어야지!"
       리사가 우지 총구를 가슴에 겨눈다.
       "돈을 받기로 하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남자가 다급히 소리 친다. 두 남자의 눈빛이 공포에 질려 있다.
       리사 브라운이 눈빛에는 두 남자를 공포에 질리게 하고도
       남을 만치 싸늘한 냉기가 담겨 있다.
       평소의 리사에게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냉기다.
       "날 납치해 오라고 했어?"
       발사 자세 그대로 묻는다.
       두 아랍인이 동시에 고개를 꺼덕인다.
       "데리고 오라는 곳이 어디야?"
       "납치해 우리가 적당한 장소에 감금해 놓고 연락하라고 했어"
       "연락하라는 곳이 어디야?"
       "지부리야"
       아랍 남자가 모든 것을 체념한 투로 말한다.
       "지부리?"
       리사가 되묻는다.
       "술 집 댄서야"
       "술 집 댄서가 청부인이란 말이야?"
       "우리에게 말한 건 지부리야. 하지만 지부리도 누구
        부탁을 받은 중간 연락자일 뿐이야"
       "그걸 어떻게 알어?"
       "지부리가 그렇게 말했어"
       "지부리는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어?"
       "사막에 장미에서 일해"
       "술 집?"
       "그래. 술집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 납치하라고 했어?"
       "지난해에 베이루트에서 있었던 한국 남자가 죽은 사고
        진상을 캐고 다니는 동양 여자라면 우리 세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
       "나도 유명해진 모양이군. 그래. 나를 납치하라는 청부를 받은 건 너들 둘 뿐이야?"
       "지부리는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말했어.  
        먼저 납치하는 사람만 돈을 받을 수 있다면서 경쟁을 시켰어"
       "어때? 살고 싶어 죽고 싶어?"
       "살려 줘! 우리에게는 가족이 있어"
       "나에게 지부리 얘기를 한다는 걸 알면 내가 죽이지 않아도 다른 녀석들을 시켜 죽일걸"
       두 아랍인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래!. 그게 오래 사는 비결이지."
       "정말이야. 알라신에게 맹세하고 우리는 당신과 만나 얘기를 하지 않을 거야"
       "말하건 입을 다물고 있건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야. 입을 열면 죽는 건 너들이니까!"
       "당신은 우리를 살려줄 거야?"
       "살려 주지. 그리고 너들을 내가 원한다면 고용해 줄 수도 있어"
       "우리를?"
       "지난해 있었던 한국인 사망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오면 한 사람 앞으로 5천 달러씩 주지!"
       "당신 어디로 연락하면 돼?"
       "이 번호로 전화해!"
       리사가 수첩을 찢어 전화 번호를 메모해 준다.
       "이게 어디 전화 번호야?"
       쪽지에 적힌 전화 번호를 본 아랍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서울 코리아"
       리사가 표정없이 말한다.
       "서울 코리아?"
       아랍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리사를 바라본다.
       "이 번호는 24시간 통화가 가능한 핸드폰이야. 내가 아니면 남자가 받을 거야."
       "우리가 누군지 어떻게 확인해?"
       "이름이 뭐야?"
       "카푸티야. 얘는 마라니고 우리는 형제야!"
       두 사람의 아랍 청년 가운데 나이가 약간 많아 보이는 쪽이 말한다.
       "카푸티! 좋아. 너들 코드 네임은 카푸티로 해 두지.
        거기 전화해 카푸티가 정보를 가졌으니 와 달라고 하면 우리가 너들을 찾아 갈 거야"
       "당신이 우리 있는 곳을 알어?"
       "몰라. 돈을 벌고 싶으면 연락할 수 있는 곳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 아니야?"
       "사막의 장미에서 카푸티 형제라면 다 알어"
       "알았어!. 가 봐"
       "뒤에서 쏘는 건 아니겠지?"
       "너들이 오른 쪽 뒤 주머니에 손만 넣지 않는다면 쏘지 않을 거야"
       "뭐?"
       "오른 쪽에 뒤 주머니에 권총을 감추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는 뜻이야"
       "당신 조직 사람이야?"
       "그럼 내가 심심풀이로 혼자 베이루트에 산책이나 하자고 혼자 어슬렁거리고 온 것 같애?"
       "아까 우리에게 쓴게 무슨 무술이야?"
       "이름은 없어. 한국 태권도와 일본 유도를 합쳐 내가 개발한 거야!"
       "조심하는 게 좋아. 당신은 너무 얼굴이 알려져 버렸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만 달러 벌게 해 줄 사람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군"
       "당신은 우리에게 좋은 손님이니까! 거기다 매우 매력적이고?"
       카푸티가 정신적인 여유를 찾은 듯이 저속한 웃음을 보이며 말한다.
       "매력적이라는 소리는 듣기 좋군. 하지만 내 친구들은 더 매력적이야"
       리사가 싱긋 웃으며 받아넘긴다.
       "모두가 여자군?"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조직이 너들 형제를 감시할 거야.
        오래 살고 싶으면 우리 눈 피해 엉뚱한 짓거리 할 생각 말어."
       "말했지? 당신은 좋은 손님이라고!"
       "이거 천 달러야. 우선 오백 달러씩 나누어 비용으로 사용해"
       리사가 숄더 백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 건너 준다.
       "당신은 정말 좋은 손님이야"
       카푸티가 돈을 집으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한다.
       "지부리나 동료들에게 의심받지 않으려면 계속 날 찾는 척 해"
       "그래도 돼?"
       "아무도 날 찾지 못할 거야"
       "이건 선의의 충고지만 베이루트 너무 어수룩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충고 고마워!. 그럼 가 봐."
       두 아랍인이 리사의 눈치를 본다.
       "뒤에서 쏠 생각이 있었으면 벌써 죽었을 거야. 안심하고 가서 정보나 찾아 봐"
       "그건 우리에게 맡겨."
       "조심해!"
       "당신도!"
       두 아랍인이 빠른 걸음으로 큰길로 향한다.
       두 아랍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리사가 오던 길을 되돌아 부두 길로 나선다.
       부두 길로 나서면서 한 대의 세단이 다가온다.
       리사가 말없이 차 문을 열고 탄다.
       리사가 타면서 차는 바로 출발한다.
       "그 애들 카푸티 형제야!"
       차를 운전하며 아랍계 여자가 말한다.
       여자는 아지드 핫산이 리사의 신변 보호를 위해 보내 준 아만다다.
       "목소리만 듣고 아는 걸 보니 제법 알려진 애들인 모양이군?"
       "리사가 가진 무선 마이크로 들려 오는 그 애들 목소리 듣고 조금은 걱정했지"
       "조직에 속해 있는 아이들이야?"
       "카푸티가 보스야. 아주 작은 조직이지만"
       "카페 사막의 장미에서 진을 치고 있나 보군"
       "지부리를 잡아 족쳐 볼까?"
       "지부리 알어?"
       "베이루트에서는 일류 댄서야"
       "지부리가 지현찬과 직접 연결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지부리는 사다니의 정부야"
       "사다니는 누구야?"
       "베이루트 암흑가의 보스 가운데 한 사람이야."
       "지난해 사건과 사다니 일당이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겠군"
       "틀림없을 거야."
       "우리가 필요한 건 증거야"
       "지부리가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지부리를 납치하면 공연히 그쪽 경계심만 높여 놓는 꼴이 되고 말잖겠어?"
       "납치할 것까지 없어!"
       "내가 집을 알어!"
       "밤중에 집으로?"
       "그래!. 지부리가 고백을 하고 나면 우리가 왔다 갔다는 걸 사다니에게 말하지 못할 거야!"
       "좋아! 오늘 밤 지부리의 집으로 가자!"
       리사가 결론을 내린다.
       "지부리에게 얼굴을 보인 다음에는 떠나는 게 좋아!.
        카푸티 형제들을 유인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으니
        지부리를 족쳐 뭔가 나오면 그 다음 일은 나에게 맡기고 사유리하고 리사는

        내일 첫 비행기로 베이루트를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만다가 리사 걱정을 한다. 리사도 아만다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카푸티 형제 말에 따르며 자기는 이미 노출되어 있다.
       노출된 이상 정보를 캐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거기다 행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만다 혼자 괜찮겠어?"
       리사가 아만다 걱정을 한다.
       "난 혼자가 아니야"
       "그렇겠군"
       "처음부터 그럴 계획으로 리사를 노출시켜 카푸티 형제를 유인했으니
      오늘 지부리 집을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맡기고 떠나!. 
      그게 우리가 움직이기에 편해"
       "좋아!"
       "오래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나도 그래"
       "돌아가면 애인이 뜨겁게 안아 주겠군"
       리사가 빙그레 웃기만 한다.
       "리사 표정 보니 애인이 굉장히 강한 모양이구나?"
       리사는 여전히 웃기만 한다.
       빙그레 웃은 리사의 머리에 뜨겁고 단단한 지현준이 떠오른다.
       그것이 떠오르는 순간 리사의 아래 배 깊숙한 곳이 뜨거운 점액질로 젖어 오기 시작한다.
       
       
       
       2
       
       벌거벗은 신현애가 지현준에게 안겨 눈을 감고 있다.
       신현애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현준의 손이 오래 전부터 신현애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다.
       "아저씨. 나 가기 싫어?"
       신현애가 눈을 감은 그대로 속삭인다.
       "방학 맞고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아니야"
       "아직 범인 못 잡았잖아?. 그 사람들이 날 헤치면 어떻게 해?"
       "내가 말했지? 현애에게 해는 가하지 않을 거라고!."
       "그걸 어떻게 장담해?"
       신현애가 눈을 떠 지현준을 바라보며 말한다.
       "범인 가운데 핵심은 이미 국내에 없어"
       "공범은 그대로 있을지 모르잖아?"
       신현애는 무슨 구실을 달건 지현준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신현애는 지금 생활을 만족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한 때 자주 자고 가던 장정란도 발걸음을 완전히 끊었다.
       며칠 전에는 안마리라는 여자가 하루 밤 자고 가긴 했지만
       요즘은 매일 밤 지현준에게 안긴다.
       지현준은 밤마다 두 번 이상 자기를 절정으로 이끌어 준다.
       벌써 보름째다.
       신현애는 지금까지 매일 밤 두 번 이상 절정에 도달했던 경험은 없다.
       신현애는 이 아파트를 떠나면 지현준 같은 남자를 다시 만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현준에게 리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리사와는 같은 대학이고 언니로 부르는 사이다.
       처음 지현준에게 안길 때는 리사가 알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안기는 사이 이제 지현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겨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신현애는 지현준이 책임감이 강한 경찰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할 때는 이제 자기에게 
       위험이 없다는 확신이 섰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신현애는 떠나지 않으려는 구실을 찾는다.
       "공법들이 날 해치면 어떻하느냐구요!"
       신현애가 또 한 번 떼를 쓴다.
       "울진 경찰서 오 경감이 신변을 보호해 줄 거야"
       "그래도 나 무섭단 말이예요"
       지현준은 신현애를 달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슴 위에 있던 손을 아래로 가져간다.
       "현애가 집으로 간다고 영원히 떠나는 건 아니잖냐? 
       방학 끝나고 서울로 돌아 와 또 만나면 되잖아!"
       아래로 내려간 손으로 숲을 쓸며 말한다.
       "아저씨 나 계속 만나 줄 거야?"
       신현애가 환한 얼굴로 묻는다.
       "그럼.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를 내가 왜 마다 하겠어?"
       지현준이 숲 위를 쓸고 있던 손을 계곡 속으로 밀어 넣으며 말한다.
       손에 뜨거운 물기가 느껴진다.
       "현애가 또 뜨거워지네"
       "아저씨. 나 부끄러워!"
       신현애가 손을 뻗어 지현준을 쥐며 들뜬 소리로 속삭인다.
       "그렇게 부끄러우면서 쥐긴 왜 쥐냐?"
       "아저씨가 좋으니까!"
       신현애의 손이 서서히 움직인다.
       신현애의 손이 움직이면서 지현준의 손도 따라 움직인다.
       "아저씨. 방학 끝나고 돌아오면 정말 나 만나 주는 거지?"
       신현애가 다짐한다.
       "그럼!"
       "나 만나 주지 않으면 리사 언니에게 말해 버릴 거야"
       "리사에게 뭐라고?"
       "아저씨가 날 강제로 그랬다고!"
       신현애는 그때까지 두 사람 사이를 리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지현준은 그게 재미있다.
       "그래. 리사에게는 절대로 비밀이야?"
       "나도 비밀 시킬 거야. 하지만 나 만나 주지 않으면 리사 언니에게 말 할거야!.
       장 경장이 자고 간 것도 안마리라는 여자하고 밤새껏 한 것도 다 말해 버릴 거야!"
       "아이구. 내가 현애에게 약점을 단단히 잡혔구나"
       "아저씨는 이제 나에게 꼼짝 못한다!"
       신현애가 빨갛게 상기된 눈으로 지현준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해 보이며 손을 움직이다.
       "현애가 또 나를 미치게 만들 작정이구나"
       신현애의 손 움직임이 활발해 지는 것을 느낀 지현준이 빙그레 웃는다.
       "이렇게 하면 아저씨도 기분이 좋은 거야?"
       "다른 사람보다 현애가 그러면 좋아"
       "거짓말?"
       "정말이야"
       "그걸 어떻게 믿어?"
       "손으로 쥐고도 몰라?"
       지현준이 신현애의 동굴 속으로 손끝을 밀어 넣으며 말한다.
       "아아! 아저씨!?"
       신현애가 들뜬 소리로 지현준을 부른다.
       "현애도 좋은가 보구나"
       "아저씨가 어떻게 알어?"
       "여기가 이렇잖아?"
       지현준이 동굴 속의 손끝을 움직여 물장구를 쳐 보이며 말한다.
       "아이. 부끄러워라!"
       신현애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지현준의 손끝이 더 깊이 들어가기 편하도록 
       다리 사이를 넓힌다.
       지현준이 신현애의 뜻을 알아차리고 손끝을 더 깊이 넣어 움직인다.
       "아저씨?"
       "응?"
       "나 리사 언니처럼 할까?"
       "리사처럼?"
       지현준은 신현애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있잖아?"
       신현애가 빨갛게 된 얼굴로 지현준의 눈치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말한다.
       "무슨 소리야?"
       지현준은 신현애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입!"
       신현애가 더욱 빨개진 얼굴로 말을 하다 말고 끊어 버린다.
       "입?"
       "여기 입으로?"
       신현애가 울상을 하며 손에 쥔 것을 약간 흔들어 보이며 말한다.
       그때야 신현애가 입 하는 말뜻을 알아차린다.
       신현애의 말뜻을 알아차린 지현준이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보지 말어! 부끄러워!"
       신현애가 울상을 짖는다.
       "현애는 리사가 그런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지현준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내 방에 소리가 다 들린단 말이야."
       "소리를 듣고 알어?"
       "언니가 입이 꽉 막힌 소리로 흐느끼는 것!"
       "아휴!."
       "아저씨. 나 언니처럼 해 보고 싶어. 나 할거야!. 해도 되지?"
       지현준이 대답도 하기 전에 신현애가 몸을 일으켜 침대 시트 밑으로 머리를 묻는다.
       "아! 현애야!"
       지현준이 놀라 소리친다.
       그러나 지현준이 말릴 여유도 없이 신현애가 조금 전까지
       자기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을 입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때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순간 잠시 멈칫하던 신현애가
       서서히 머리를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현준이 신현애에게 몸을 맡겨 놓은 채 팔만 뻗어 수화기를 든다.
       '아저씨. 자고 있었어?'
       리사의 소리가 들려 온다.
       "리사구나!."
       리사라는 말에 신현애가 또 한번 멈칫한다.

       그러다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도전이라도 하듯이

       세차게 머리를 움직이다.
       '여기 공작은 계획대로 진행되었어!.'
       "다행이구나."
       '내가 도착하기 전에 카푸티라는 아랍인의 전화 올지도 몰라. 
        카푸티가 정보 주면 바로 아만다에게 연락해 주어'
       "리사는 언제 출발할 거야?"
       '여기 시간으로 오늘밤 일을 끝내면 내일 아침 카이로로 가서
       거기서 다시 런던을 경유해 돌아 갈 거야'
       "오늘 밤 일이라는 건 뭐야?"
       '아랍 깡패들에게 나를 납치라는 지시를 내린 상대를 알아내었어!'
       "어떻게 하려고?"
       지현준이 다급히 묻는다.
       '걱정할 것 없어! 상대는 아랍 덴서야'
       "덴서가 왜 리사를 납치하라는 지시를 해?"
       '암흑가의 보수 정부 가운데 하나가 지부리라는 아랍 댄서야!'
       "위험하잖아?"
       '걱정할 것 없어! 우리는 여러 명이야!'
       "리사! 조심해!"
       '아저씨보고 싶어서라도 안전하게 돌아 갈 거야'
       "그 말 믿고 기다릴게!"
       '아저씨 잘자!'
       수진가 먼저 전화를 끊는다.
       리사가 전화를 끊은 것을 확인한 지현준이 엎드려 있는
       신현애의 엉덩이를 싸안으며 몸을 일으킨다.
       지현준이 몸을 일으키면서 신현애의 입에서 빠져 나온 덩어리가 허공에서 요동친다.
       지현준이 엎드린 자세로 미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현애의 뒤로 돌아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덩어리를 밀쳐 넣는다.
       "아아아!. 나 몰라!"
       신현애이 입에서 뜨겁고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신현애의 뜨거운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지현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현애는 엎드린 아래 배 전체가 뜨거운 것으로 가득 채워지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 압박감은 지현준이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더욱
       강해지면서 정신이 아물아물 먼 곳으로 떠나가는 환상에 빠져 들어간다.
       "아악. 아저씨. 나 죽어!. 나 죽는단 말이야"
       침대 시트에 머리를 처박은 신현애가 머리를 흔들며 열병 환자의 헛소리 같은
       비명을 내 쏟기 시작한다.
       신음 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방안은 뜨거운 열기와 동물성 향기로 차 가기 시작한다.
       
       
       
       3
       
       지부리가 자기 아파트로 들어섰을 때는 자정이 조금 지나 있었다.
       지부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부인 사다니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젊은 아이에게 빠진 사다니는 벌써 한달 이상 자기 아파트를 찾아오지 않는다.
       지부리과 사다니 사이는 사랑한다는 그런 감정은 없다.
       뒷골목 술집 댄서인 지부리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했고 사다니에게는
       인기 댄서인 지부리의 육체가 필요했을 뿐이다.
       지부리 입장에서 보면 가끔 육체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다니의 애인 격이 되어 보호받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남자라면 자기가 눈짓만 하면 줄을 설정도로 많다.
       그러면서도 사다니에게 새로운 젊은 애인이 생기면서 한 달 이상 
       자기를 찾아 주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는 여자
       특유의 질투심이 발동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인기 댄서인 지부리의 수입은 술집에서 받는 급료와
       술집에 생기는 팁까지 합치면 베이루트 수준으로는 높은 편이다.
       수입이 높은 지부리는 단독 아파트에 살고 있다.
       방으로 들어온 지부리는 옷을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지기 시작한다.
       브레지어를 풀고 팬티를 벗어 소파에 던진 지부리가 대형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의 발가벗은 자기를 바라본다.  
       두 손으로 젖가슴을 싸쥔다.
       손으로 풍만한 젖가슴 탄력이 전해 온다.
       싸 쥔 손으로 두 개의 풍요로운 젖무덤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한다.
       젖가슴에서 짜릿한 자극이 일어나 전신으로 번져 간다.
       젖무덤을 싸쥐고 주무르던 두 손 가운데 한 손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간다.
       아래로 내려간 손이 검은 비로드처럼 부드러우면서 윤기 넘치는 언덕을 덮는다.
       언덕을 덮은 손바닥에 힘이 들어가면서 문지르듯 쓸기 시작한다.
       "아아!"
       지부리의 입에서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온다.
       신음과 함께 손끝이 비로드 풀밭 속으로 파고든다.
       파고든 손끝에 작은 진주 알 같은 감촉이 전해 온다.
       손끝으로 진주 끝을 누른다.
       "아아!"
       지부리의 입에서 뜨거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때부터 지부리의 두 손이 조금씩 빨리 움직이기 시작하다.
       "아아아!"
       지부리가 긴 신음으로 토하며 무릎을 꿇는다.
       무릎을 꿇은 다음에도 손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지부리는 문득 자신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의식한다.
       이 방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보는 눈이 있을 리가 없다.
       자기가 지금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부리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 결렬하게 손을 움직인다.
       "아아! 아아!"
       지부리의 입에서 뜨거운 신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앞으로 꼬부라진다.
       앞으로 꼬부라진 지부리는 가파른 순결만 내 쉬고 있다.
       한동안 가파른 숨길을 내 뿜던 지부리는 자기 옆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
       고개를 돌려본다.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 지부리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지부리의 시선에 들어온 두 사람은 모두 여자다.
       상대가 여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지부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 왔다.
       자기가 자위에 빠져 있는 모습을 같은 여자에게 보였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부끄럽다.
       한동안 멍한 눈으로 두 여자를 바라보던 지부리는 
       두 여자 가운데 한 여자가 동양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두 여자 가운데 하나가 동양 여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지부리의 눈에 공포의 빛이 떠오른다.
       "눈에 공포가 떠오르는 걸 보니 내가 누구지 아는 모양이군!"
       리사가 싸늘하게 말한다.
       지부리의 눈은 공포에 질려 동자가 흐려 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같은 여자야. 난 같은 여자를 죽이고 싶지는 않아!"
       리사가 또 한 번 싸늘하게 말한다.
       "살려 주어요!"
       지부리가 헛소리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너를 살려 방법은 없어!. 하지만 살길을 너 자신이 찾을 수는 있어!"
       말을 마친 리사가 지부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엇이건 시키는 대로 따르겠어요!"
       "지킬 자신 없는 약속은 하지 말어!.  
        우리는 약속을 어기거나 배신한 상대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 죽여.

        그것도 매우 가혹하게!"
       "절대로 당신들을 속이거나 배신하지 않겠어요. 알라신을 두고 맹세해요!"
       지부리는 자기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도 잊고 지도하는 자세로 리사 앞에 엎드린다.
       "좋아! 한 번 믿어 보지!"
       "무엇이건 명령만 하세요!"
       "우선 일어나 앉어!"
       지부리가 일어 나 눈치를 보며 소파에 앉는다.
       지부리는 그때야 자기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두 손으로 언덕과 가슴을 가린다.
       아만다가 침대 위에 있는 가운을 집어 지부리에게 준다.
       지부리가 허겁지겁 가운을 받아 벌거벗은 몸을 가린다.
       "나를 납치해 감금하라고 한 자가 누구야?"
       "사다니의 친구예요 이름은 몰라요."
       "이 사람이야?"
       리사가 지부리 앞에 사진을 내민다.

       지현찬의 사진이다.
       "이 사람이예요"
       "이 남자를 어떻게 알았어?"
       "내가 직접 안 게 아니예요!. 사디니 친구예요"
       "친구가 아니라 고객이겠지?"
       지부리가 리사를 눈치만 볼 뿐 대답이 없다.

       대답은 없지만 눈빛으로 그렇다는 답을 하고 있다.
       "지난해 동양 남자가 유탄에 맞아 죽은 사건 알고 있지?"
       지부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도 이 남자가 사다니에게 부탁했나?"
       지부리가 눈치만 본다.
       "말하기 싫어?"
       "말하면 난 죽어요!"
       "말하지 않으면 지금 죽는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군!"
       아만다가 말없이 칼을 뽑는다.
       여자에게는 총보다 칼이 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하는 행동이다.
       "말할게요. 하지만 내가 말했다는 건 절대로 비밀로 해 주어요!"
       지부리가 애원한다.
       "걱정 말어! 우리는 사다니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게 할 바보들은 아니야!"
       "또 하나 약속해 주어요!"
       "뭐야?"
       "사다니를 죽여주어요!"
       "후환을 없애자는 건가?"
       지부리가 말없이 리사를 바라보고만 있다.
       "사다니가 지부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해줄게!"
       사다니를 죽이겠다는 뜻이다.
       "그 남자는 사다니의 오랜 고객이예요.

        지난해 사건도 그 남자가 부탁해 사다니가 조작한 거예요."
       "넌 이 남자와 어떻게 연락하지?"
       "난 사다니 대신 뒷골목 아이들에게 말만 전 할 뿐이예요!.
        정말이예요.

        믿어 주어요.

        난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보여 줄게요."
       "증거?"
       "내일 그 남자가 베이루트로 와요!"
       "베이루트로 와?"
       "사다니가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어요."
       "준비?"
       리사가 지부리를 바라본다.
       "그 남자가 베이루트로 오면 사다니는 나에게!"
       지부리가 말을 끊고 리사의 눈치를 본다.
       "자기 애인은 너에게 몸을?"
       "사다니는 그런 사람이예요. 그리고 그 남자도 나를 원해요!"
       "그 남자가 너를 안는 곳이 여기야?"
       "여기서도 자지만 수시로 바꾸어요!"
       "지부리!"
       "예!"
       "오래 살고 싶으면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은 잊어버려!"
       "맹세해요!"
       "지금부터 하던 일 계속해!"
       "네?"
       "엎드려 30분 동안은 절대로 고개 들지 말고 손으로 하던 일 계속해! 어서!"
       "시키는 대로할게요!"
       지부리가 다시 카펫에 엎드려 한 손으로 가슴을 사 안고 다른 한 손을 언덕으로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