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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詩 모음

오늘의 쉼터 2011. 7. 6. 22:15

 

♧  7월의 詩 모음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으로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 7월의 편지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박두진·시인, 1916-1998)

 

 

 

  

+ 7월의 시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 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김태은·시인)

 

  

 

 + 땡볕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
(손광세·시인,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