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Faust:1831)
하늘의 서곡
이 극시의 줄거리는 천상의 서곡으로부터 시작된다.
첫머리에 중세기 사람들의 기독교적 사상에 의거한 천국의 광경이 전개된다.
우주 만물의 창조주인 하나님은 높이 옥좌에 앉아서 천사의 무리를 알현하고 있다.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도 천사와 똑같은 하나님의 부하이므로 이 알현에 참가한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악마는 창조의 하니님과는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나
대등한 세력을 가지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천사와 같이 부하로서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악마라는 파괴적인 방해자를 부하로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절대적인 안식을 염원하면서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정신에 자극을 줌으로써
인간을 더욱 성숙시키기 위함이다.
악마는 인생의 역사는 모두 실패이며 무의미한 것이고
인간은 천지 창조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참담한 것이라고 말하고는
천사가 부르는 찬미의 노래를 비웃지만 하느님은 인간이 실패 속에서도
하느님이 부여한 고상한 본성 즉 진리를 향하여 매진하는 본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성서의 야고보서에서 야곱의 인격에 대하여 하느님과 악마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이 곳에서도 파우스트의 인격에 대하여 하느님과 악마 사이에 대립이 있다.
악마는 파우스트를 악한 길로 유인하여 영혼을 타락시킴으로써
속세의 온갖 쾌락에 빠지게 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느님은 이에 대하여 악마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항상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는 파우스트를 본성의 뿌리까지 타락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선량한 인간은 비록 내부의 충동에 의하여 여러 가지
미로에 빠져드는 일이 있어도 그리하여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바른 길을 망각해 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악마는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파우스트를 통하여 증명하고 싶으니
파우스트의 인생을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청하여 하느님의 허락을 받는다.
악마가 제안한 이 내기를 하느님이 승낙한 것은 이미 승패의 판결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들에게는 파우스트 역시 대다수의 인간들처럼
인간 고유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약점으로 말미암아
악마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파우스트의 일생의 경로를 서술한 희곡
"파우스트"의 내용이 보여 주고 있다.
-제1부-
파우스트는 오랜 세월 속세를 떠나 곰팡내 나는 고딕 식의 서재에 파묻혀
철학, 의학, 신학 심지어는 마술 연구에까지 몰두하여
학식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만큼 대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심오하고 폭넓은 지식으로도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는 대우주의 법칙을 파악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한계와 무능을 한탄했다.
그는 이미 인생에 지친 노인이었다.
자기의 생명이 이미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고 한계에 도달한 학문을 위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희생해 버렸음을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더욱 괴로운 것은 지식의 한계보다도 학자로서의 삶이 부질없다는데 대한 불만인 것이다.
어떠한 지식이나 기계도 자연의 신비를 여는 열쇠가 못 된다는 걸 깨닫고
학문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것을 후회하면서 그는 이제 지상의 향락을 누리려고 한다.
즉 학문의 부자연으로부터 자연에 돌아가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 과학의 영역에 있어서의 미신 즉 마술에 몸을 맡기고
주문을 읽어 인간과 교섭을 하며 인간과 유사한 영인 지령을 불러내어
우주의 진리를 간파하고 집요한 지식욕과 향락에의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하였다.
파우스트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지상에서의 만족을 구하였기 때문에 지령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인데
대지의 아들인 그로서는 너무나 위대한 지령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지령 또한 그를 외면하였다.
파우스트가 지령의 음성을 듣고 당황하고 있을 때 이상도 없이
지식만을 탐하고 있는 현학적인 그의 조수 와그너가 잠옷을 입은 채 들어와
학문에 대한 이야기로 파우스트가 영혼에 대하여 사색하고 있는 것을 방해한다.
그는 와그너를 보자 다시 불쾌해져서 소리를 질렀다.
"학자 그 중에서도 역사가는 쓰레기이다!" 하고 호되게 꾸짖어 돌려 보냈다.
홀로 남은 파우스트는 고독과 회의 인생에 대한 갈증으로 절망한 나머지
정신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육체로부터 빠져 나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혼이 되어 우주의 진상을 보기 위하여 자살을 결심한다.
그는 독약을 마시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약을 입에 대려는 순간 "그리스도 부활하셨네!" 하는 부활절의 합창 소리와 함께
교회의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히 들려왔다.
이 소리는 신을 믿지 않는 파우스트에게 신의 은혜를 믿고 찬미가를 부르면서
숲이나 들을 헤매어 다니던 어린 시절의 옛 추억을 환기시켜 주었다.
더구나 그 노래의 고운 음률은 파우스트의 늙은 가슴 속에
순진하던 소년 시절의 동경을 소생시켜 마침내 자살을 단념하게 되고 만다.
그는 와그너와 함께 밖으로 나가 고운 옷차림을 하고 봄날을 즐기는
시민 학생 군인 직공 노인 소녀 거지들의 무리에 섞여 교외를 돌아다니며 향락의 모습을 바라본다.
즐겁게 춤추는 농부들 가운데서 그에게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인 한 사람이
파우스트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며 술을 권하여 그도 그 순간에는
유쾌한 기분이 되어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곳을 떠날 때에는 다시 와그너를 향하여 인간의 지식이 무용함을 한탄한다.
석양을 바라보며 지상에 대한 집착과 높은 하늘에 오르고 싶은 마음의 갈등으로
더욱 새롭고 풍부한 내용의 생활을 구하려 한다.
이는 그가 유혹 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때 해가 저물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나서
파우스트의 뒤를 따라왔으므로 그는 이 개를 서재로 데리고 온다.
파우스트의 가슴에 또다시 이성과 희망이 솟아나
그는 성서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요한 복음을 독일어로 번역하려고 한다.
그러자 서재 안으로 들어온 검은 개는 짖어 대면서 방 안을 돌아다니더니
이상스럽고 불안한 태도를 보이므로 파우스트는 이 짐승이 어떤 영혼이 둔갑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혼을 불러내는 주문을 읽어 보았으나 하등의 효험이 없다.
그래서 악마가 두려워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여 주자 개는 점점 변해서
금실로 수놓은 빨간 저고리에 새털을 꽂은 모자를 쓰고 긴 칼을 찬 귀공자가 되어 나타났다.
검은 개는 악마 메피스트펠레스의 변신이었던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라 함은 '빛을 싫어하는 자' 즉 악마라는 뜻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와 악마의 본체 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달콤한 말로 유혹하려고 한다.
그는 파우스트에게 그가 이 세상에 생존하고 있는 동안에
원하는 모든 희망과 향락을 성취시켜 주는 대가로 그가 죽은 뒤
그의 영혼을 지옥으로 에리고 가는 계약을 하자고 제안한다.
파우스트는 그의 유혹과 지식에 대한 혐오의 마음에 자포자기가 되어
고민을 잊어버리는 향락에 도취하여 보려고 쾌히 이를 승낙하고
영원히 영혼을 파는 증서에 혈관을 찍어 주었다.
그는 악마를 종복으로 하여 자유로이 부리고 그 마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기쁨 및 슬픔을 맛보고 또한 자신의 자아를 인류의 자아에까지 확장하여
세계의 근원을 규명하려는 초인적인 욕구를 관철하려는 것이었다.
계약이 성립되자 둘은 악마의 외투를 타고 세계 여행 길을 떠났다.
악마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파멸의 구덩이에 떨어트리기 위하여
먼저 그를 공상의 세계로부터 끌어내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현실의 추악한 진상을 보여 주면 그도 향상적인 노력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그 쾌락의 세계를 보이기 위하여 그를 데리고 온 곳은 라이프치히에 있는
아우에르바하의 지하실 주막에서 활기에 찬 대학생들이 주연을 베풀고 있는 곳이었다.
악마는 마술로 만들어 온 술을 타락한 그 대학생들에게 먹여 만취해 있는 광경을 보여 주었으나
냉철한 학자인 파우스트의 도덕성은 마비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에게 젊어지는 약을 먹이려고 산중에 사는 마귀 할멈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요술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으나 마귀로부터 이상한 액체를
받아 마시고 일정한 의식을 마치자 마약의 효능이 현저히 나타나 노쇠하여
구부러진 그의 몸은 한 서른 살쯤으로 젊어져서 이제까지 몸 한 구석에
잠자고 있었던 정욕이 발동하여 악마의 마법에 의하여 거울에 비친 절세의 미인을 보자
마음이 황홀해지며 추잡한 감정이 일어났다.
악마는 기뻐하며 그레첸이라는 16세밖에 안되는 순결한 처녀를 그에게 접근시켜
육욕으로써 그를 타락시키려고 하였다.
파우스트는 교회에서 돌아오는 그레첸을 길거리에서 본 뒤로는 꿈 속에서도
그의 미모를 잊을 수가 없어 악마에게 자기의 소원을 성취시켜 달라고 졸라댔다.
어느 날 밤 그 처녀가 이웃집에 놀러 나간 틈을 타서 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안내되어 처녀의 방에 침입하였다.
아담한 처녀의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들뜬 사랑의 꿈에 잠겨 있다가
악마에게 들고 오게 한 보석이 든 조그마한 상자를
쇠로 잠겨진 옷장 속에 몰래 넣어 놓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집에 돌아온 그레첸은 파우스트가 두고 간 보석과 장신구를 발견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것을 보여 주기 위해 어머니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레첸은 옷을 갈아입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원래 정직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상의한 끝에
누가 준 것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선물을 가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교회에 다 바치고 말았다.
이것을 안 파우스트는 다시 새로운 장신구를 보내고 그 옆집에 사는
마르테라는 여자를 매수하여 처녀에게 접근하려고 하였다.
처녀는 새로운 보석이 옷장 속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
마르테를 찾아가서 어머니에게 보석을 보이면
또 교회에 바칠 것이니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때 낯선 사나이가 찾아왔다.
그는 메피스토인데 마르테를 아름답다고 칭찬하여 비위를 맞추고
마르테의 남편이 이탈리아에서 매독으로 죽은 것을 알리러 왔다고 하며
마르테에게 추파를 던진다.
본래 남편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르테 부인은 처음에는 눈물까지 흘렸지만
악마의 유혹에 점점 끌려 들어가서
남편의 사망증을 손에 넣어 자유로운 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악마는 계획대로 그의 남편의 죽음을 목격하였다는
자기의 친구를 증인으로 세우고 증서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 날 밤 파우스트를 증인으로 세울 자기의 친구로 가장 시키고
마르테의 집을 찾아가서 소개한다.
이리하여 두 쌍의 애인이 맺어졌다
메피스토와 마르테의 사랑은 순간의 물거품과 같은 사랑에 불과하였으나
파우스트와 그레첸(마가레테의 애칭인데 본서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과의 사랑은 희열에 넘치고 순수한 사랑이었다.
순결한 소녀의 감화에 의하여 파우스트의
난폭한 정욕이 순결한 사랑으로 변화된 것이다.
둘의 사랑은 마음과 몸의 모든 기능을 정화시키는 것 같은 순수한 것으로
파우스트는 그레첸의 순진하고 고상한 감정을 사랑했으며
그레첸은 파우스트의 높고 심원한 지성을 존경하였다.
이와 같이 두 사람 사이에는 순결 무구한 사랑이 이루어졌으나
대망을 품고 있는 파우스트는 이 처녀와 결혼하여
가정이라는 굴레를 만들기를 원치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이 처녀를 일시적 쾌락의 대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더욱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처녀를 잊어버리기 위하여 심산 유곡으로 몸을 피하여
대자연을 즐기게 되었는데 집요한 악마는 그 곳까지 쫓아 와서
그레첸이 그에 대한 연모로 비탄에 잠겨 있다고 유혹한다.
마음 속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던 파우스트는 그의 유혹에 못 이겨
다시 산에서 내려와 열정에 몸을 맡기고 만다.
그레첸의 파우스트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이상한 세계가 그녀에게 펼쳐졌다.
격렬한 연모의 마음이 얼음이 녹은 후의 냇물과 같이 충만해져서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을 멀어지게 했다.
이제 그녀에게는 어머니도 형제도 없었다. 자기 자신마저도 잃었다.
매일 마르테의 집 뜰에서 밀회를 하며 육욕과 쾌락에 도취하였다.
"내가 만일 새라면!" 하고 노래만 종일토록 부르면서
그의 곁에 있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만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은 그레첸은
파우스트가 그렇게도 순결한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신을 믿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신앙을 권유하였다.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될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피와 살도 아끼지 않습니다"
하고 파우스트가 대답했지만
그레첸에게는 그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것이
하나의 커다란 죄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그레첸은 물을 길러 샘터에 가서 여인들이 하는 얘기 속에서
근처에 사는 여자가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의 일인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교회 안에 있는 돌담으로 만든 감실의 마리아 상에 꽃을 꽂고
자기의 타락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구원을 빌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타락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갔다.
사랑에 맹목적인 그레첸은 밀회의 방해가 되는 어머니를 잠들게 하기 위하여
수면제를 파우스트에게서 받아 어머니에게 먹인 후
파우스트를 자기의 방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레첸의 오빠인 발렌틴은 누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며 아끼고 있었으나
뜻밖에 그레첸에 대한 추문을 듣고 분개한 나머지 성급한 군인 기질이 발동해서
누이를 찾아 다니는 그놈을 붙들어 욕을 보이고
혼을 내려고 가만히 숨어서 망을 보고 있었다.
이 때에 파우스트가 악마와 함께 몰래 침입해 들어와 창 밑에서 기타를 치며
그레첸을 유인하려는 것을 보자
그는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칼을 빼들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발렌틴은 불의의 습격을 피하려고 빼어든
파우스트의 칼에 그만 무참히 피살되고 말았다.
기쁨은 순간이었다.
청춘의 환락은 한순간의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쾌락은 그레첸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새겨 놓았다.
그녀가 파우스트에게서 받아 온 수면제는 애인을 만나고 싶은 생각만으로
어머니에게 먹인 것인데 너무 분량이 많아서 어머니는 그만 죽고 말았다.
교회에서는 죽은 두 사람의 미사가 거행되었다.
그레첸은 오르간의 음률과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를 책망하는 악령에게
갖은 고초를 당한 끝에 여러 사람의 면전에서 졸도한다.
파우스트는 자기의 죄를 자각하고 한시도 그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
악마에게 이끌려 하르츠 산중의 부록켄 산으로 도망하였다.
그 때는 마침 매년 봄 전세계의 마녀들과 악마들이 집합하여
대연회를 개최하는 발푸르기스 축제인 5월 초하루 밤이었다.
그는 마녀들의 소란스런 축연 속에서 기분을 돌려
그레첸을 잊어버리려고 애썼지만 헛수고였으며
시간이 경과될수록 그에 대한 연모의 마음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한편 어머니와 오빠를 사랑 때문에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애인마저 산 속으로 도망을 갔는데 그와의 불의의 씨는
그레첸의 뱃속에 잉태되어 햇볕으로 나왔다.
그레첸은 기막히는 죄의 가책에 드디어 발광하여
제 손으로 아기를 물 속에 던져 죽게 하고
정처없이 방황하다가 결국 붙잡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지혜를 빌려 밤을 이용하여
마법의 검은 말을 타고 감옥으로 달려갔다.
악마의 힘으로 문지기의 정신을 잃게 한 후 파우스트는 열쇠를 가지고
감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쓰러져 있는 그레첸을 구출하려 하였다.
회한과 공포 때문에 미쳐 버린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애인이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이 돌아온 그레첸은
"오오, 당신이었습니까. 키스를 해 주세요.
숨이 막힐 듯한 키스를... 도망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아 빨리 당신의 어린애를 구해 주세요.
저편 냇가의 숲 속에 있는 연못 가운데 있어요.
아! 어린애가 떠오르려고 손발을 움직이고 있어요. 어서 빨리 구해 주세요"
이렇게 헛소리를 하고 그녀는 다시 정신을 잃어버린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억지로라도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려 하였으나
그녀는 다시 깨어나 머리를 흔들면서
"안 돼요. 저는 세상의 죄를 씻기 위해 신의 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하고
거절하며 열심히 기도를 올렸다.
"하늘에 계시는 주여, 저를 구해 주소서.
천사님 저를 둘러싸고 지켜 주소서.
오, 하인리히 나는 당신이 무서워요!" 하고
파우스트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련한 그레첸은
그만 쓰러져 아침 이슬과 같이 숨을 거둔다.
"그녀는 심판을 받았소!" 하고
메피스토가 말하자 천상에서 누구인지 모르는 소리가 들려 온다
"구원을 받았도다"
메피스트는 억지로 파우스트를 끌고 밖으로 도망쳐 나가는데
뒤에서 애처럽게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인리히! 하인리히!"
이 소리는 파우스트를 타락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소리였다.
-제2부-
화초가 가득한 알프스 고원의 우아한 풍경 속에 누워 있는 파우스트는
아리엘이 거느리는 요정들의 합창 소리에 잠이 깼다.
그는 자연의 품에 안겨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받을 수 있는 안식을 다시 찾은 것이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용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물질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절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깨달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활동의 생활 즉 위대한 세계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메피스토가 연애 이외의 넓은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하여
그를 데리고 간 곳은 중세기 독일의 라르츠 제령의 궁중이었다.
황제는 아직 나이가 젊고 사려가 부족한 사람이었으므로
정치는 문란하고 향락만을 일삼았기 때문에 심한 재정난에 빠져 있었다.
마침 어전 회의가 열려 각 대신으로부터 어려운 문제가 속출되고
의견이 구구하였을 때 메피스토가 나타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로 유혹하며
황제는 메피스토에게 의지하며 그의 의견을 묻는다.
악마는 이 나라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거짓으로 국토의 지하에 막대한 금과 재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이것이 황제의 소유이니 꺼내어 쓰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설득한다.
대신들 중에는 메피스토의 의견을 반대하는 자도 있었다.
악마는 황제로부터 보물을 파내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천문 박사의 입을 통해서 황제에게 가장 무도회를 열 것을 권하여
잠시 그의 기분을 돌리게 하고 금의 발굴을 연기시켰다.
파우스트는 부의 신 플루투스로 가장하고
악마는 가난한 사람으로 분장하여 소동을 벌인다.
이 가장 무도회에서는 신분이 천한 사람으로부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까지 여러 계층의 남녀가 참석하였다.
다음 날 한 재상은 황제를 알현하고 한 장의 지폐를 보인다.
그것은 지하의 보물을 담보로 발행된 지폐인데
그 종이엔 황제의 서명이 찍혀져 있는 것이었다.
황제가 놀라 그것을 조사해 보니 전날 밤 무도회의 혼란 속에서
메피스토의 계략으로 황제에게 정신없이 서명시켜
하룻밤 사이에 수천 매를 인쇄시켰던 것이다.
악마는 지하의 보물은 영원히 황제의 재산이며 그것을 파내는 대신
지폐를 발행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속여 그를 납득시키니
대신들도 새 지폐를 보고 기뻐하였으며 황제는 그의 지혜에 감탄했다.
지폐의 발행은 경제 사정의 일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기에 새로운 자본주의가 탄생하려는 것이다.
이 위험 천만한 위조 지폐의 남발로 황제는 일시적이나마
부를 얻게 되고 국내의 재정난도 수습되었다.
그러나 어리석은 황제는 재정의 여유가 생기자 또 다른 욕망이 일어났다.
그는 파우스트에게 세계 제일의 미남 미녀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그리스의 헬렌과 트로이의 파리스를 보고 싶다고 하였다.
이 일은 파우스트가 담당하게 되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를 믿고 승낙하지만
그들이 북구의 메피스토에게는 영향력이 없는 그리스 사람이므로 곤궁에 빠진다.
그리고 파괴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 악마에게
이러한 부활의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천상의 신을 불러 올 능력도 없었으므로 파우스트에게 단지
그 환영을 불러 올수 있는 방법만을 가르쳐 준다.
파우스트는 악마에게서 마법의 열쇠를 받아 우주의 끝까지 가서
헬렌이 있는 '어머니의 나라'로 내려간다.
이 곳은 만물의 원상을 제조하는 불가사의한 곳인데
이 세계는 일체의 창조되는 것이 그대로 환영으로 존재하는
시공을 초월한 영원히 공허한 곳이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가 가르쳐 준 대로 타버린 향을 가지고 나온다.
파우스트가 '영원의 나라'로부터 돌아오자 무대가 장치되어 있는
'기사의 방'에 황제 이하 궁전 안의 사람들이 다 모였다.
파우스트가 향을 피우고 아름다운 음향을 울리며
마법의 열쇠로 그 향로를 두들기니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인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파리스의 자태가 나타나더니 잠이 들었다.
계속해서 절세의 미인이라는 헬렌도 나타났다.
그의 요술에 황제를 비롯한 궁전의 모든 사람들은 꿈같은 마음으로
다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 신비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 헬렌이 잠들어 있는 파리스에게 키스를 헬렌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절제를 잃은 파우스트가 질투를 억제할 길이 없어
손에 쥐었던 마법의 열쇠를 파리스에게 내던지자 폭발이 일어나
아름다운 두 남녀의 자취는 다시 연기로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기절해 버린다.
메피스토는 연기에 취해 기절해 있는 파우스트를 업고 그의 옛날의 서재로 돌아왔다.
파우스트의 돌연한 실종은 대학과 학계를 놀라게 하였으나
그의 제자였던 와그너가 그의 뒤를 이어 저명한 학자가 되어
유기 화학 실험으로 인조 인간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마침 악마가 그 방에 들어 왔을 때 이것이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인조 인간은 피와 살이 없는
소인(호문쿨루스)이며 아직 시험관 속의 존재였다.
소인은 악마에게 말을 걸어 옆방에서 헬렌에게 정신을 잃어
실신해 있는 파우스트의 꿈을 읽은 것을 보고한다.
파우스트가 고대 그리스를 그리워하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호문쿨루스는 혼수 상태인 파우스트를 고대 그리스로 데리고 간다.
이 소인은 문예 부흥기의 학술을 상징하고 있는데
박학 다식하고 그리스의 사정에 정통하고 있으므로
파우스트를 그리스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데 가장 적합하였다.
와그너와 작별한 악마는 이번에는 파우스트를 자기 외투에 태우고
호문클루스와 함께 팔자루스의 들판에서 마침 열리고 있는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데리고 간다.
팔자루스의 들판까지 따라온 파우스트는
그의 몸이 그리스 땅에 닿자 잠에서 깨어나 헬렌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파우스트 메피스토 호문클루스 등의 세 사람은 각자 행동을 취하게 된다.
그 곳에 모인 고대 그리스의 영혼들 중에서
헬렌을 찾으려고 돌아다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파우스트는 다시 그리스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그 곳을 흐르는 페네이오스 강변을 거닐며 스핑크스 등에게
헬렌의 소식을 묻자 의술에 능한 인수마신의 히론에게 물으면 알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강의 하류로 내려가 파우스트가 히론의 등에 올라 타자
히론은 그리스 제일의 미인 헬렌을 자신의 등에 태워 준 일이 있다고 자랑한다.
이 말을 들은 파우스트는 미칠 듯이 좋아하였다.
히론은 그를 등에 태우고 예언을 하는 무녀 만토가 살고 있는 세계로 안내한다.
만토는 파우스트를 맡아 그를 올림포스의 산 속에 있는 하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가서 헬렌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보자고 암흑의 통로로 내려간다.
한편 사상의 덩어리인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는 육체를 얻기 위하여
철학자인 탈레스를 따라 바다의 신 프로토이스를 찾아갔다.
바다의 신은 예언하는 것과 형태를 바꾸는 것을 좋아했는데
호문클루스를 보자 마음에 들어 그의 생장을 대단히 기뻐했다.
그리고 프로이토스는 작은 일에서 시작하여 점점 커지면서
큰 일을 하려면 넓은 바다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탈레스도 인조 인간의 생장을 보고 기뻐하며
모든 것이 물에서 생장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며 대양의 위대함을 찬미한다.
그래서 셋은 에게 해로 나가 그 곳 바다의 제전을 보기로 한다.
이윽고 달빛이 비치는 해상을 바다의 여러 신들과 요괴들이 헤엄치며 지나간다.
프로포이스는 해돈으로 변신하여 호문클루스를 등에 태우고
바다의 여신 가라테아의 조개 껍질의 수레 가까이 간다.
그러자 호문클루스는 기쁨의 빛을 내뿜었으나 수레바퀴에 닿자마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부서지고 생명의 불은 바다 속에 흘러가고 만다.
이것은 인조 인간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파우스트가 만토를 따라 하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가서
헬렌을 한 번만 더 데리고 갈 것을 간청하니 쾌히 승락한다.
헬렌은 시녀를 거느리고 세상에 다시 돌아와
옛날 그의 아버지인 틴다레오스왕이 지은 궁전 앞에 서 있다.
미인인 헬렌은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운명에 휩쓸렸는데
아버지인 항해자 메넬라오스를 그의 남편으로 정해 주었다.
그녀는 남편이 없는 동안 파리스에게 유혹되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10년 간의 트로이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을 잃게 하였다.
그러나 결국 남편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된 그녀는 한 걸음 먼저
스파르타의 성으로 돌아와 뒤따라 들어온 남편 메넬라오스 왕을 기다린다
이 때 메피스토는 추녀 포르기아스로 변신하여 메넬라오스의 궁전에 침입한 후
종들의 총감독이 되어 궁전 일을 제멋대로 처리한다.
헬렌은 남편으로부터 부탁 받은 제단의 준비를 그에게 의논하니
포르기아스는 그 준비가 이미 다 되었음을 알리며
제단에 올릴 희생의 제물이 헬렌이라고 위협하면서
헬렌의 결심에 따라서 살아날 길도 있다고 유혹한다.
이 때 왕이 돌아온다는 신호의 나팔 소리가 들린다.
헬렌은 자신의 과거와 10년 전쟁의 원인이 된 일을 생각하면서
포르기아스에게 구원을 청한다.
그는 계획한 대로 부근 산골짜기에 파우스트가 지어 놓은 성 이야기를 하며
그 곳에 가면 구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헬렌은 그의 안내로 그 훌륭한 성안으로 들어가니
독일의 황제(중세 문화의 대표자)가 된 파우스트가 마중 나와 그녀를 환영해 주었다.
그리스에서 온 헬렌은 중세기식 건물의 진기함에 놀라고
또한 독일어로 된 아름다운 음악에 감탄한다.
헬렌의 아름다움은 햇빛이 빛나듯 궁전 안을 빛나게 했으며
금고에 있는 갖가지 보석도 그 빛을 받아서 빛나는 것 같았으며
복도에 깐 융단도 그녀의 발에 밟혀 부드러워지는 듯 했다.
파우스트는 소망대로 헬렌을 여왕으로 정하고
자기는 그의 남편이 되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전기파 예술과 고전파 예술 즉 중세기와 고대의 융합의 상징이며
또한 여기에서 중세기의 여성 숭배 풍조를 보여 준다)
이 때 헬렌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대군을 거느리고 파우스트의 궁성을 공격해 온다.
그러나 파우스트의 부하들이 용감하게 싸웠으므로 적군은 퇴각하여
두 사람은 더욱더 아름다움의 세계에서 사랑의 황홀감에 빠진다.
그들은 아카디아의 깊은 숲 속에 거처를 정하고
둘 사이에 오이포리온(근대 예술의 상징)이라는 조숙한 아들을 낳게 되었고
파우스트는 단란한 가운데 진실한 하느님의 희열을 느낀다.
오이포리온은 점점 성장하여 산과 들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속박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자유 분방한 생활을 하며 전쟁을 즐겼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려고 바위 위에서 날려고 하다가
그만 계곡으로 추락하여 참사한다.
(이것은 그리스의 독립 전쟁에 참전하였던
영국 시인 바이런의 생애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 변사가 있은 후 파우스트와 헬렌의 사랑에 틈이 생겨 헬렌은
"미와 행복은 함께 있을 수가 없나 봐요.
지옥의 여신이여 아들과 함께 나의 몸을 받아 주소서"
하면서 다시 하계로 돌아가려고 한다.
파우스트가 애석하여 그녀를 부둥켜안았으나
여자의 옷과 면사포만 손에 남고 헬렌은 사라지고 만다.
그의 손에 남아 있던 옷과 면사포는 곧 구름이 되어
파우스트를 높은 산 위로 데리고 간다.
그는 구름을 타고 헬렌의 뒤를 쫓았으나 그의 자취는 보이지 않고
넓은 육지와 바다만 내려다 보일 뿐이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인간의 지혜로 바다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을 피력한다.
"사랑과 환락이 아닌 위대한 사업이 나에게 남겨져 있다"
"그러면 제왕이 되어 권세를 누리겠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명예를 얻자는 것인가?" 하고 메피스토가 묻는다.
"아니다. 사업이다. 명예와 권세는 공허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넓은 해안을 개발하는 간척 사업을 계획한다.
이 때에 그들이 발행한 위조 지폐의 남발로도 구원을 받지 못하자
황제를 원망하는 백성들을 선동하여 반란이 일어났는데
황제가 이를 물리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마침 의욕에 불타고 있던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마력을 이용하여 이 반역자를 물리치고
그 상으로 해안 일대의 토지를 얻게 된다.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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