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리고 떠난 아내 전북 김제 평야지대에서 농사를 짓던 그는 영농후계자로 선발돼 종묘, 농약 등의 구입문제로 종종 상경하곤 했는데 기차에서 우연히 동석하게 된 사람이 아내였다. 농촌총각 장가 못가는 서열에서도 빠질 수 있었다. 비록 농촌에서의 생활이었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냈다. '6.10 민주항쟁'의 현장이었다. 어느덧 시청 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두 팔을 하늘로 향하고는 독재 타도, 민주 쟁취를 외쳤다. 정씨는 흩어지는 시위행렬에 무참히 짓밟혔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아내가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두통이 오기 시작했고 여러 군데 병원을 다닌 결과 뇌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됐다. 완전히 벌거벗은 몸으로 바깥을 돌아다닐 정도로 온전치 못한 그의 몸은 늘 상처투성이였다. 그 동안 가족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이런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다. 1년에 네 다섯 차례 미국의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동안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 그의 삶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99년 병원 측으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았다. 빡빡 깎은 머리에 모자를 쓴 채 말 한 마디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아내는 죽음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그 동안 남편의 정신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병을 드러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내의 지극 정성으로 즉 아내 덕분에 정신병을 고치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인데 아내는 이 기쁜 순간을 누리지 못했다. 미간에 잠깐 동안의 미동만 보이다 아내는 생을 마감했다.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씨가 살아 있는 동안 제사 대신 아내의 생일상을 차리기로 한 것이다. 또 주변에서는 세월이 약이라며 정씨에게 새로운 삶을 권유하지만 먼저 간 아내를 배반할 수 없어 혼자 살고 있다.
꽃밭의 소녀/노래 오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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