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르리라 분해되는 나를 / 유리바다-이종인
너는 모르리라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손에 쥐고도
오늘 없는 내일을 위해
세세토록 가문의 욕망을 세습하는
지구의 한가운데
왜 내가 하루 한 끼 밥을 먹고도
바람을 보고 들으며
바람에 안겨 잠이 들어도 배가 부른지를
너는 모르리라
낙타의 등에 수맥(水脈)을 얹어 놓고
세월의 얼굴들이 토끼처럼 뛰며
샘을 찾아 사막을 횡단할 때마다
왜 내가 링거 병처럼 한 방울 한 방울
사막에다 피를 흘리며 걷는지를
사막이 끝나는 길은 나도 모른단다
자궁 안에서나 자궁 밖에서나
처음부터 내 것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사막을 걷는 동안 되돌려주는 거란다
너는 모르리라 분해되는 나를
남은 한 방울의 피까지 다 흘리고 나서야
나를 들어 올리는 내 영혼의 주인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양해를 구하면서
내 살과 뼈가 추억도 없이 깨끗하게
바람으로 지워져 간 사막의 끝을 보고
돌아서며 웃는 나의 미소를
'종합상식 > 생각하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99송이 빨간장미의 사연 (0) | 2009.03.21 |
---|---|
빈 손의 의미 (0) | 2009.03.21 |
인디언이 전하는 여섯 가지 가르침 (0) | 2009.03.21 |
깨어있는 삶을 위한 16가지 명상록 (0) | 2009.03.21 |
황혼 인생의 (0) | 2009.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