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식/생각하면서

너는 모르리라 분해되는 나를 / 유리바다-이종인

오늘의 쉼터 2009. 3. 17. 11:15

 

 

 

 

 

 

너는 모르리라 분해되는 나를 / 유리바다-이종인

 


너는 모르리라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손에 쥐고도

 

오늘 없는 내일을 위해


세세토록 가문의 욕망을 세습하는

 

지구의 한가운데

 

왜 내가 하루 한 끼 밥을 먹고도


바람을 보고 들으며


바람에 안겨 잠이 들어도 배가 부른지를

 

 


너는 모르리라


낙타의 등에 수맥(水脈)을 얹어 놓고


세월의 얼굴들이 토끼처럼 뛰며


샘을 찾아 사막을 횡단할 때마다


왜 내가 링거 병처럼 한 방울 한 방울


사막에다 피를 흘리며 걷는지를

 

 

사막이 끝나는 길은 나도 모른단다


자궁 안에서나 자궁 밖에서나


처음부터 내 것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사막을 걷는 동안 되돌려주는 거란다

 

 

너는 모르리라 분해되는 나를


남은 한 방울의 피까지 다 흘리고 나서야


나를 들어 올리는 내 영혼의 주인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양해를 구하면서


내 살과 뼈가 추억도 없이 깨끗하게


바람으로 지워져 간 사막의 끝을 보고


돌아서며 웃는 나의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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