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뿐인 방에서 훅하고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얼굴은 언제 다치셨습니까?"
그 한 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남았어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 투성이었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어요."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 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을 만난 것도 그 곳에서였다.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다.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 뿐...
말하는 게 힘들었는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상담을 마치고
그녀가 장롱 깊숙이에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주는 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 봉지에 들어서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그 속 안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하면서 1000원 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만 시력을 잃어가는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좋은 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져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모두 1006개의 동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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