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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념물 제20호인 법광사지(法廣寺址)

오늘의 쉼터 2008. 1. 31. 12:40
 
영남의 산 비학산
비학산 762m·경북 포항
신라가 제사 지낸 성산…법광사터엔 유적 지천
 
 
경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기계·기북면에 걸쳐 있는 비학산(飛鶴山·762m)은 형북기맥(일명 비학지맥·성법령~비학산~도음산~소태재~우목리)에 솟은 최고봉이다. 형북기맥은 낙동정맥이 동해안을 따라 뻗어내리면서 포항시로 접어들다가 내륙지역인 영천시로 방향을 바꾸는 성법령 서쪽 헬기장이 있는 709.1m봉에서 가지를 뻗는 또 다른 하나의 산줄기다.

▲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의 비학산은 형북지맥(일명 비학지맥)의 최고봉이다.
 

이 산은 이름 그대로 학이 날아오르는 형국의 산이다. 중생대 때 포항지역에서 마지막으로 화산이 터져 우뚝 솟아난 지역인데, 산세가 마치 학이 날아가는 형태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알을 품던 학이 날개를 펴고 신광면 일대의 넓은 벌판 위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다. 더구나 산자락에는 예부터 학이 찾아들어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며, 지금도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특히 비학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학마을 입구의 울창한 노송림에는 왜가리와 백로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학산은 포항의 정기가 뻗쳐나온 명당으로, 포항 사람들의 내면에 신령스러운 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산 동편 능선에는 등잔혈이라는 명당이 있어 이곳에 묘를 쓰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특히 묘를 쓴 다음 가까이 있으면 망하고, 멀리 떠나야 잘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무덤을 쓸 때마다 신광 벌판과 포항 일대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뭄을 참다못해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가보면 필시 누군가 몰래 무덤을 쓴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분노한 사람들은 묘를 파헤치기도 하여 종종 송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학산은 신라시대 국가가 제사를 지낸 산의 하나였고, 여름철 한발이 극심할 때면 관민이 뜻을 모아 기우제를 지낸 터가 있다. 오늘날도 가뭄이 심할 때면 무제등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신성한 산이며, 산록의 신라 고찰 법광사터도 풍수지리가 매우 뛰어난 곳으로 전해진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비학산 전투(8.18~26)가 벌어졌던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비학산은 주봉인 형제봉을 정점으로 산행코스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신광면 소재지를 들머리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는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시간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코스는 신광면 소재지~법광사 주차장~무제등 갈림길~동남릉~주능선~정상~오봉~상읍2리~법광사~신광면 소재지로 잡았다.

▲ ①능선에 나지막이 솟은 오봉과 그 너머로 동해가 보이는 하산길. / ②법광사터에 1952년 건립된 현재의 법광사. / ③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서 5분 정도 올라치면 주능선을 만난다. / ④각종 안내판이 서있는 법광사 입구에서 등산로는 왼편의 산판도로를 따른다.

신광면 소재지 원점회귀산행
 
신광면 소재지에서 상읍리로 오르는 포장도로 입구에는 법광사, 신라 26대 진평대왕 숭안전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다. 정면으로 비학산의 산세를 바라보며 법광사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각종 안내판이 서있는 법광사 입구에서 왼편 숲속으로 연결되는 널찍한 산판도로를 따른다. 곧이어 나타나는 조그만 소류지를 왼편에 두고 5분 정도 오르면 첫번째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양쪽 길 모두 경운기가 다닐 정도로 넓다.

여기서 직진하여 조금만 오르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길은 왼편으로 꺾이면서 능선마루에 서게 된다. 공터에서 계곡길은 신광면 비학산 웰빙 등산로 안내판에 표시된 계곡코스(떡갈천)가 아닌가 싶다. 능선마루에서는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편 숲속 오솔길로 접어든다. 20분 가량 다소 힘든 오르막이 줄곧 이어진다.

고도를 서서히 높이다가 숲속을 벗어나면서 밝아지는 주변 전망과 함께 등로의 위치 확인이 가능해질 무렵 잔디가 없는 묘 2기를 만난다. 능선 상에 자리한 이 무덤가에 서면 머리 위로 정상인 형제봉과 두륙봉(627m)이 빤히 올려다보인다. 오른쪽 건너편의 무제등도 보이고, 뒤돌아보면 동해 바다의 청정함도 볼 수 있다. 이 코스는 비학산의 많은 등산로 중 볼거리는 없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무덤을 지나 길은 잠시 완만하게 내려서는 듯하다가 곧 급사면 경사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른다. 가파른 산길은 두륙봉 턱밑에서 오른편으로 꺾이면서 산허리로 돌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계곡 하나를 건너고, 3분쯤 더 진행하면 오른편 법광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가 나선다. 여기서 다시 3분쯤 된비알로 오르면 이정표(정상, 법광사, 죽성2리)가 서있는 세 갈래 갈림길에 선다.
 
 
잠시 땀도 식히고 숨을 고른 후 5분 정도 올라치면 두륙봉에서 상봉인 형제봉을 잇는 비학산 주능선을 만난다. 이정표(두릅바위, 무제등, 정상)가 서 있는 주능선에서 비학산 상봉은 오른쪽으로 잘 나있는 길을 따르면 된다. 산정이 빤히 보이는 능선길을 분기점으로 왼편은 소나무숲이고, 오른편은 참나무가 많다. 동서로 나뉘는 지형에 따른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종분포를 달리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어쨌든 수십 년 된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기는 코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밋밋하게 오르내리던 산길은 통나무계단길로 바뀌고 20여 분이면 상봉에 선다.

넓은 산정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비학산 내력이 적힌 푯말 뒤편에는 또 다른 비학산 정상표석이 서있다. 그 뒤로는 널따란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 옆에는 삼각점(기계 22, 2004 재설)이 박혀 있다.

조망은 거침이 없다. 북으로 삿갓봉 내연산 향로봉 천령산으로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침곡산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이, 남서로는 운주산 도덕산 봉좌산이 낙동정맥을 따라 뻗어간다. 동으로는 신광면 너른 벌판 너머로 포항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스라이 펼쳐지는 영일만의 쪽빛 바다가 가물거린다.

하산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오봉(636m)을 거쳐 법광사로 내려선다. 그러니까 학의 오른쪽 날갯죽지를 타고 올라 정수리에 섰다가 왼쪽 날개를 타고 내려서는 것. 헬기장 옆의 국가측량기준점 보호안내판에서 동쪽 능선이다. 능선에 나지막이 솟은 오봉과 그 너머로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다.

처음부터 경사가 만만찮은 내리막이지만 이내 평지처럼 경사가 누그러진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수를 놓는 군락지다.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참나무숲이 이어진다. 은적, 반곡 갈림길에서 능선길로 계속 직진하면 119 구조지점(비학산 9번)을 지나 묘 1기를 만난다. 곧이어 오봉을 왼편에 두고 산허리 우회길은 고도를 낮추면서 기일, 법광사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곧바로 나타나는 갈림길은 반곡, 법광사 갈림길. 법광사를 가리키는 조그만 팻말이 있는 이곳에서 오른편 산자락 지능선으로 내려선다. 계속 능선을 따를 경우 반곡저수지를 거쳐 신광온천에 닿을 수 있다. 이제 법광사까지는 외길로 헷갈릴 만한 곳은 없다. 다만 여기서부터 일부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곳이 있어 신경을 써야 한다.

한동안 내리막으로 이어지던 숲길을 빠져 나오면 두륙봉에서 정상을 지나 오봉으로 연결되는 산릉이 뚜렷하게 올려다보인다. 곧장 산자락을 돌아 내려서면 왼편에 소류지가 있고 상읍2리 마을이다. 마을을 지나 법광사까지는 5분이면 닿는다.

법광사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건립된 절로, 요남비결이라는 예언록에 얽혀 있는 신라 고찰이다. 1750년대까지 5천여 평의 절터에 2층 대웅전을 비롯한 525칸 규모의 대찰이었으나 조선조 철종 말년(1863) 한 촌부의 방화로 전소되어 폐사됐다고 전한다. 석가불사리탑중수비(法廣寺 釋迦佛舍利塔重修碑) 비문에 의하면, 신라 24대 진흥왕 10년 양나라 무제가 신라에 사신을 파견하여 부처의 사리를 보내오자 왕이 궁으로 맞아들였다. 그 뒤 진흥왕의 손자 진평왕이 원효에게 명하여 법광사를 짓게 했다고 한다.

도기념물 제20호인 법광사지(法廣寺址)에는 석가불사리탑, 연화석불좌대, 쌍거북비대, 석등, 배례석, 석불, 장대, 주초석, 당간지주와 사리탑중수비 등이 있다. 현재 법광사지에는 1952년에 건립한 법광사가 있고, 법광사지 옆에는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위폐를 봉안한 사당인 숭안전이 있다.

서쪽으로 기우는 해를 등지고 마을길을 터벅터벅 걸어 면소재지로 향한다. 사무소 뜰에는 또 다른 신라시대의 금석문을 만날 수 있다. 국보 제264호인 냉수리 신라비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신라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89년 마을 주민이 밭갈이를 하던 중 발견했으며, 재산분배를 확인하는 증명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울진 신라 봉평비와 함께 경북지역 금석문의 귀중한 자료라 하겠다.

비학산은 봄, 가을 산불예방기간(2.15∼5.15, 11.15∼12.15)에는 입산을 통제하기 때문에 신광면 사무소(054-243-0013)에 문의하고 찾아나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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