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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저녁 / 조이랑

오늘의 쉼터 2008. 1. 6. 11:14
 

     

    혼자 먹는 저녁 / 조이랑

     

    벽장에서 제일 작은 프라이팬을 골라

    개스불 위에 올려놓고는

    어제저녁에 내 던지듯 넣어 두었던

    식당에서 싸 가지고 온 남은 음식을

    부스럭부스럭 열어 쏟아 놓는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몸을 덥히는

    국수와 그 위에 다소곳이 누운

    얄팍하게 썬 닭고기 조각들

    전혀 생명이 없어 보인다

    이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내 몸에 영양가를 줄 것인가 의심스럽다

     

    잡풀이 우거진 마당이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자리 잡고

    탁자 위에 프라이팬을 털썩 올려놓은 채

    젓가락으로 국숫발을 하나 둘 집어 올린다

    한가닥 한가닥 입으로 들어가지만

    마음에 점도 찍지 못한다

     

    언젠가는 내 식탁에도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정담이 오고 갔던 적이 잇었는가

    이젠 그림자조차도 없이

    달그락 달그락 외로운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그리운 그대와 함께 마주 앉아 먹는

    저녁이었으면 했어요......